검은사막 수익감소…올해 성적표 기대이하 전망
중국 판호 획득…원히트 원더 저력 보여줘
신작 선보일 아트센터 건립…멀티 히트 노린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펄어비스는 지금까지 매출 대부분을 게임 하나에 의존하는 ‘원게임 리스크’의 한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은사막 지식재산권(IP)에 의존하는 비중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검은사막 모바일이 49조원 중국 게임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검은사막에 집중한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의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이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잇는 AAA급 신작을 준비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 원게임 리스크·신작 부재…실적 부진 이어져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지난 1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1009억원, 영업이익은 131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2%, 71.7% 감소했다. 이는 대표작인 검은사막의 매출이 쪼그라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검은사막이 벌어들인 돈은 829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0% 줄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의 북미·유럽 서비스에 나섰지만, 증권가에선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월 펄어비스는 카카오게임즈로부터 검은사막 북미·유럽 퍼블리싱권을 회수했다. 이후 3월 한 달 판매액만 약 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상 매출 이연으로 실제 판매액의 46% 수준만 1분기에 반영됐다. 2분기부터 북미 매출이 온전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적을 낮게 잡았다. 지난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14.2%, 영업이익은 73.9% 감소해 작년보다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주력인 검은사막 모바일의 하향 안정화로 올해도 실적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펄어비스는 그동안 원히트 원더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게임 라이프 사이클의 특성상 출시 이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매출 감소분을 채울 다른 게임이 없으면 하나의 게임에 회사의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펄어비스는 올해 들어 단 한 개의 신작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모멘텀으로 작용할 기대작인 ‘붉은사막’은 연말 출시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 중국 시장·AAA급 신작…모멘텀 기대

그러나 지난달 28일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의 판호를 발급받으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원히트 원더(단일 작품으로 인기를 얻음)’의 한계가 아닌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게임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49조원으로 실적 개선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감에 주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5만원대를 횡보하던 주가는 지난 1일 장중 한때 8만8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시총 3조4000억원이었던 펄어비스는 5조3000억으로 코스닥시장에서 5위를 기록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연내 중국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현재 언어 번역, 게임빌드 등 현지화 작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종화 연구원은 “중국 시장 론칭 시기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며 “검은사막 모바일 중국의 첫 분기 일평균 매출이 30억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펄어비스는 연내 신작 붉은사막을 출시해 ‘멀티 히트 원더(Multi-Hit Wonder)’로서 재도약할 계획이다. 붉은사막은 차세대 게임 엔진으로 개발하고 있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PC와 콘솔로 개발되는 AAA급 게임이다. 내부에서는 검은사막을 이을 강력한 신작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실탄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펄어비스에 따르면 회사채 1470억원 중 붉은사막에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외의 신규 IP 개발에 470억원 추가 배정하는 등 신작에만 770억원을 들인다. 검은사막에는 가장 적은 200억원을 배정했다. 

AAA급 게임 개발을 위한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펄어비스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아트센터를 설립 중이다. 연면적 약 1500평의 5층 건물로 게임 기술과 디자인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150대 모션 캡처 카메라가 들어갈 모션 캡처 스튜디오와 3D 스캔 스튜디오를 짓는다. 

김재권 펄어비스 아트부문 총괄실장은 “아트센터는 더 사실적이고 영화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에서 기획됐다”며 “검은사막 IP는 물론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 신작의 완성도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기술 전진기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