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용 양극재 소재 라이벌기업···외국인 순매수에 코스닥랠리 주도주 등극
엇비슷했으나 에코프로비엠이 IPO로 격차 벌려···엘앤에프도 유상증자로 추격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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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2차전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 외국인들이 집중 매수에 힘입어 코스닥 활황을 이끄는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비슷한 사업구조 때문에 라이벌 관계가 구축됐다는 평가다. 최근 카카오와 네이버가 경쟁하면서 코스피를 끌어올렸듯이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 서로 경쟁하면서 코스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라이벌’ 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 코스닥 新주도주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코스닥 2차전지 소재 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이날 11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이달 1일 종가 9만400원 대비 29.4% 오른 것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 역시 이날 27만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1일 종가 21만6500원 대비 24.7% 상승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세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세 덕분이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각각 1485억원, 462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동기간 코스닥 외국인 순매수 순위 1위, 3위다.

외국인들의 이 같은 순매수세는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로 주목받았던 종목은 LG화학이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배터리제조사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폭스바겐과 테슬라 같은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자체생산(내재화)을 추진하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까지 더해지면서 이들 종목에 대한 투심은 다소 약화된 상태다.

투자자들은 대안으로 2차전지 소재기업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소재기업들은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더라도 영향이 적고 전체 시장의 성장세가 실적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모두 2차전지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를 생산하는 회사다. 2차전지는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통해 분리막을 통과해 양극재과 음극재를 사이를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특히 양극재는 전체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양극재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2차전지 성능이 좌우된다. 니켈의 함량이 늘어날수록 배터리의 출력은 높아지지만 니켈 비중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는 제조하기가 어렵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 모두 하이니켈 양극재를 만드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소재별로 엘앤에프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을 조합해 만든 4원계(NCMA)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고 에코프로비엠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 최근 코스닥 주도주로 떠오르면서 코스닥 활황을 이끌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날 코스닥은 2000년 9월 이후 21년 만에 최고치인 1054.31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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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앤에프 vs 에코프로비엠···최종 승자는?

엘앤에프는 모회사 새로닉스가 LG디스플레이에 LCD용 백라이트유닛(BLU)을 공급하기 위해 2000년 설립했다. 이후 양극재 회사로 변신했다. 실질적 오너는 허제홍 새로닉스 대표로 LG그룹 공동창업주였던 허만정의 증손자다. 범GS계열사라고 볼 수 있다.

엘앤에프의 주고객사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2년 동안 1조4547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엘앤에프의 지난해 매출 3561억원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1월에는 SK이노베이션과도 1조원대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5월 에코프로의 2차전지 소재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2019년 3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고객사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는 합작법인(JV)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부터 양극재 양산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관계사 에코프로씨엔지를 통해서는 하반기부터 폐전지를 재활용하는 사업도 추진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해외진출에 부응하기 위해 이달 7일 약 4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계획을 발표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해외 양극재공장 건설에 사용할 예정이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3~4년 전에는 엇비슷한 회사였다. 하지만 에코프로비엠이 2019년 3월 상장을 통해 1700억원대의 공모자금을 유치하면서 자금력에서 두 회사 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8547억원, 영업이익 548억원을 거뒀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2632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102.1% 증가한 수치다.

반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액 3561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445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냈다.

엘앤에프도 최근 코스닥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서고 있다. 엘앤에프는 주당 7만6400원씩 650만주를 찍어내 4966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전날 공시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한다면 엘앤에프의 NCMA 탑재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엘앤에프는 2022년과 2023년에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과 유사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에 현저한 저평가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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