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은 각자도생…정부는 파악조차 못해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최근 중국의 판호를 발급받으면서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중국의 수출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뉴스도 쏟아졌다.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는 47조원. 중국 진출의 기대감으로 펄어비스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이후 사흘째 상승했다. 한때 장중 8만8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중국 판호 발급으로 업계가 들썩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3년 9개월 만에 판호를 발급받자 비슷한 내용의 예측이 쏟아졌다. 2017년 이후 닫혀버린 중국 게임 시장의 문이 앞으로 열린 것 아니냐는 기대였다. 

그러나 서머너즈워가 판호를 받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동안 통과된 게임은 이번 검은사막 모바일을 포함해 2건이었다. 그동안 중국이 발급한 판호는 127건이었다. 중국의 심사를 통과한 해외 게임 중 한국 게임은 1.6%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검은사막 모바일의 판호 발급 건으로 뉴스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시장 진출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중국 시장은 닫힌 문이라는 걸 알기에 게임업계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한한령을 부인하고 있다. 1년에 한국게임 1~2개 발급해주면서 한한령을 부인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판호 심사 기준이 까다롭고 주관적이어서 대응 할 수 없다. 그냥 운 좋게 당첨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업계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중국을 아예 제외한다. 수출 활로도 다변화했다. 북미를 대상으로 PC온라인 게임, 콘솔 게임을 준비하고 아시아는 대만, 일본을 겨냥하는 식이다.

한국 게임업계가 각자도생할 동안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 외교부는 지난 4월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한한령 해제를 요청한 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앞으로 관계부처와 민간단체를 통해 중국과 소통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마찬가지다. 한국 시장에 중국 게임이 얼마나 진출해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집계할 통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게임법 시행규칙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게임물 국적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행규칙은 부처에서 충분히 개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은 한해 수백 개의 신작을 쏟아내며 한국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한 두 개의 게임이 심사에 통과할 때마다 기대감을 가질 뿐이다. 누가 봐도 한국 게임과 중국 게임과의 관계가 불균형하다. 게임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정부는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닫힌 문을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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