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셧다운제…10년 지나서야 개선 움직임
같은 게임 놓고 다른 정책…“게임산업 인식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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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지난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08억달러(12조4000억원)로 이는 방탄소년단과 영화 기생충 등 한류 대표 콘텐츠의 성과로 풀이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0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실린 분석이다. 실제 수출에서 음악과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보고서에 따르면 각각 6.4%, 0.5% 정도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게임산업으로 66.9%에 달한다. 지난해 해외에서 72억4569만달러(8조2115억원)를 벌었다. 음악, 영화, 방송, 만화 등 모든 콘텐츠 산업 수출액을 더한 것보다 훨씬 많다.  

게임산업이 콘텐츠산업 수출을 이끌고 있지만, 국내에서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규제는 셧다운제다. 지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PC게임을 못 하게 막은 법이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방지하고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게임산업을 위축한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게임 이용과 수면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학습시간이 수면시간이 줄어드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셧다운제는 수면시간을 방해한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지만, 청소년과 성인 모두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과의 의미 있는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며 “모바일기기 보급이 확산된 상태에서 온라인 게임만 제한하는 제도는 효과성 측면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진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규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는 최근 ‘규제챌린지’에 셧다운제를 추가했다. 지난 10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경제인 간담회에서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3단계에 걸친 단계별 회의체를 통해 규제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입증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여가부에 따르면 이달 중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협의체에 참여해 논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 10년 만에 셧다운제 폐지 법안을 발의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온라인 게임을 허용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내놨다. 청소년 게임 이용권을 국가가 아닌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 25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오는 2일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여전히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지원사업을 시행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시각이 그렇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블록체인 지원사업을 펴고 있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일관되게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를 막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월 ‘나인 크로니클’을 개발 중인 플라네타리움을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 선정했다. 중기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작은 한국에서 서비스가 불가능한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콘진원 역시 블록체인 게임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에 선정된 게임의 국내 출시는 불투명하다. 게임위가 “사행성에 해당한다”고 보고 등급 거부를 하고 있어서다.

게임 업계는 “게임에 대한 낮은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게임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기보단 ‘중독’이라며 관리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최근 법원은 블록체인 게임인 ‘파이브스타즈 포 클라이튼’가 사행성이 없다고 주장한 스카이피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게임위에 해당 게임을 국내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해외 어느 국가에도 없는 강력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K-Pop, K-드라마 등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지만, 수출을 책임지는 건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영화, 음악 등에 적용되는 규제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이 어긋난다. 다른 콘텐츠 산업의 규제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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