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책 상품 제외 변동금리 상품만 존재
금융권 "금리 올라도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은 상태 유지될 것"
"고정금리는 5년 이상 장기대출자·주담대 차주에만 유리”

[시사저널e=염현아 인턴기자] # 올해 초 독립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20대 직장인 정아무개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저금리였던 계약 당시엔 변동금리대출에 걱정이 없었지만,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테니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더 유리하다는 지인들의 조언 때문이다. 고정금리로 전환하기 위해 서둘러 은행에 전화했지만, 전세대출은 고정금리 적용이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만큼 이제 정씨의 매달 이자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되자 전세자금대출 차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일부 정책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변동금리로만 판매되고 있어 고정금리로의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세대출 차주들은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율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상품 특성상 전세대출의 고정금리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전환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변동금리가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변동금리 주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금리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세대출 차주의 금리 상승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대출은 변동금리만 적용···"2년 단기간 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 넘어설 가능성 희박”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이후 대출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내 최대 2차례, 0.50%포인트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자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앞으로 금리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차주 입장에서는 이자율이 변하지 않는 고정금리가 더 유리해진다.

하지만 전세대출 차주들은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돼 있다. 고정금리가 가능한 전세대출은 중소기업취업청년·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등 정부 대출상품이 전부며 전세자금대출은 코픽스에 따른 변동금리만 적용 가능한 상태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기준 110조원에 달하는 전세대출 시장의 차주들이 금리 상승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은행권에서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별도로 취급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짧은 대출 기간 때문이다. 2년 안팎의 단기간 동안 금리가 급등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이자율은 대부분 코픽스 변동금리로 결정되는데, 고정금리보다 약 0.7%포인트 저렴하다”며 "6개월 변동금리의 경우 2년간 금리가 네 번 바뀌는 셈인데, 2년 만에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변동금리 비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변동금리 비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고정금리는 고금리 때나 5년 이후의 금리 기조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 유효하다”며 "고정금리는 보통 장기 대출자나 대출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고정금리 전환이 가능해 지더라도 금리 인상폭이나 인상 횟수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의 전세대출 차주들에게는 변동금리가 여전히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이 연내 한 차례 이상 있을 거라고 점쳐지고 있지만 전세대출자들의 우려처럼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1년에 2~3%포인트가 오르지 않는 이상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지금까지 전세대출에서 고정금리가 더 저렴하거나 유리했던 적은 없다”며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엔 변동금리 상품만 두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가 0.7~0.8%포인트 차이나는데 앞으로 금리가 오를 거란 예측만으로 비싼 고정금리를 택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며 "전세대출자뿐만 아니라 주담대 차주들도 은행과의 충분한 상담은 물론 상황과 시점을 고려해서 고정금리 전환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세대출 연장 시 변동금리 주기 6개월→12개월 가능···"반 고정금리 효과"

은행권의 전망과는 별개로 여전히 전세대출 차주들 사이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과거에 비해 전세대출의 규모 등이 커져 이자에 대한 부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변동성이 우려된다면 대출 연장 시 6개월 주기로 달라지는 변동금리에서 12개월 주기로 늘려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12개월 변동금리는 6개월 변동금리보다 약 0.26%포인트 높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은 "현재 정부 상품을 제외한 시중은행 전세대출 중 6개월 변동금리 비중이 70% 정도”라며 "금리 상승으로 큰 변동성을 우려하는 고객들에게는 반 고정금리의 효과를 내는 12개월 변동금리를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개월 변동금리에서 12개월로 주기를 늘리려면 계약 기간 도중이 아닌 계약 만기 후 연장 시에 전환 신청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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