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김형준·조두인·벨리즈원 구주매출···최소 1조3878억 현금화
벨리즈원, 장병규와 IMM 등이 합작···지분율은 증권신고서에 ‘미공개’
미행사된 스톡옵션도 146만2115주···크래프톤 임직원들 '돈방석' 전망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기업공개(IPO)를 위해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가운데 핵심 임원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구주매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구주매출은 기업의 장기성장성 전망에 부정적 평가를 주는 요인이기에 IPO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특히 6.40%에 달하는 보유지분을 전량 구주매출로 털어내는 벨리즈원 유한회사의 경우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주요주주임에도 지분율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깜깜이’ 구주매출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핵심 임원 3인방 구주매출···장병규는 ‘우회로’

17일 크래프톤이 전날 공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크래프톤 IPO는 공모주식 1006만230주 가운데 30%인 303만230주가 구주매출로, 70%인 703만주가 신주발행으로 구성됐다.

희망공모가밴드(45만8000~55만7000원) 기준 총 공모금액은 4조6076억~5조6035억원이고 구주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조3878억~1조6878억원이다.

구주매출 주체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와 김형준 PD(개발총괄), 조두인 블루홀스튜디오 대표 등 개인 3명과 벨리즈원유한회사 등 4인이다.

김창한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68만4255주 가운데 14만주를 확정 공모가에 매각한다. 금액으로는 641억~780억원이다. 김 대표는 상장 이후에도 54만4255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2493억~3032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크래프톤의 대표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했다. 크래프톤의 자회사였던 펍지(옛 지노게임즈)에서 개발총괄을 맡았고 펍지는 2017년 2월 미국 게임유통플랫폼 스팀을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흥행을 이끌어냈다.

김형준 PD와 조두인 대표는 각각 10만주와 2만1000주를 구주매출한다. 금액으로는 김PD가 458억~557억원, 조 대표가 96억~117억원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김 PD와 조 대표는 사실 크래프톤의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와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 엔씨소프트 개발실장 출신인 김 PD는 2014년에 입사했고 조 대표는 네오위즈 시절부터 장병규 의장과 같이 했던 사이로 크래프톤의 품질관리(QA) 본부장을 역임하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자회사 블루홀의 대표를 맡게 됐다.

김 PD와 조 대표의 구주매출을 놓고 크래프톤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했던 MMORPG게임 ‘엘리온’의 흥행 실패에 대한 위로 겸 보상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지노게임즈를 인수하기 이전부터 엘리온을 개발해왔는데 지난해말에 출시했던 엘리온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주매출 물량의 66.5%인 276만9230주를 매각하는 벨리즈원은 장 의장이 2018년 10월 IMM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등과 공동으로 설립했다. 당시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을 대거 확보했는데 장 의장은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본인의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IMM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 등을 출자해 벨리즈원을 세웠다. 벨리즈원은 이후 다른 주주들로부터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우호세력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벨리즈원이 이번 크래프톤 IPO에서 보유지분을 전량매각하지만 벨리즈원 주주구성은 증권신고서에 공개되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장 의장이 본인의 지분을 사실상 구주매출 하는데 얼마나 매각하는지를 밝히지 않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한회사의 경우 주주구성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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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톡옵션 2차 대박···장병규의 성과공유 경영철학

크래프톤은 임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외에도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제공했다. 현재 행사되지 않은 스톡옵션은 총 146만2115주로 상장 후 전체 발행주식의 2.82%에 해당한다. 상장 후 1년 이내에 행사 가능한 주식매수선택권도 55만6540주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미행사한 스톡옵션도 가장 많다. 김창한 대표는 2017년 받은 스톡옵션 51만2500주 가운데 16만8245주에 대해서는 아직 주식으로 바꾸지 않았고 2020년 받은 스톡옵션 70만주도 미행사 상태다.

크래프톤 상장 이후 김 대표가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한다면 희망공모가하단 기준 각각 768억원, 2198억원의 차익을 낼 수 있다.

김 대표가 상장 이후에도 보유하고 있는 크래프톤 주식이 54만4255주(희망공모가 기준 2493억~3032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대표는 수천억원대 부호에 오르는 셈이다.

김형준 PD 역시 2017년 받은 10만주 가량의 미행사된 스톡옵션이 존재한다. 2017년 당시 받은 스톡옵션은 행사가격이 1003.2원에 불과하기에 주식전환시 희망공모가하단 기준 457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낼 수 있다.

크래프톤의 다른 임원 및 직원들도 스톡옵션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17년 행사가 1452.4원에 5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한 직원은 34만4255주를 행사하고 15만5745 주에 대해서는 아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 직원의 희망공모가하단 기준 예상차익은 700억원이 넘는다.

크래프톤의 대규모 스톡옵션은 장병규 의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장 의장은 평생 직원들에게 성과를 나누는 CEO였고 이 때문에 주변에 늘 인재가 끊이지 않았다.

장 의장은 2005년 인터넷 검색사이트 ‘첫눈’을 세워 2006년 네이버에 350억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매각대금 가운데 105억원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상장을 앞둔 지난달에도 1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증여한다고 밝혔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크래프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사진=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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