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00% 제안”···화웨이 4월부터 LG·삼성·SK 등 국내인력 향해 러브콜
배터리기술력 확보차원 해석···美 제재로 주력 스마트폰·통신장비 하향세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삼성과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기도 했던 화웨이가 국내 배터리인재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후문이다. 중국의 국내 인재영입 시도가 처음은 아니지만, 전자제품·통신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화웨이가 배터리업계에 보낸 러브콜이기에 특히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영입제안이 이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 연구직이 우선 영입대상이며,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등 유관업계 배터리담당 연구직에도 유사한 제안이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헤드헌팅 업계 및 화웨이 제안을 받아봤다는 복수의 배터리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화웨이가 제안한 연봉은 200%를 웃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특전을 약속했다. 가족들이 지낼 수 있는 아파트와 자녀들 교육을 위한 국제학교 등이 영입 부대조건에 포함됐다. 기존 중국 배터리업계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쉬이 움직이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고액의 보수와 다양한 특전을 제안 받고 중국행을 택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2~3년 재직하다 소위 팽당하는 전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인 실익을 염두하며 국내 기업에 머무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년을 앞둔 경우가 아닌 이상 쉬이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에는 중국을 꺼리는 풍토가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화웨이가 국내 배터리업계 인재에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미국의 제재를 피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과 연계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왕준 화웨이 스마트차량사업부 상무의 발언을 인용해 “화웨이가 2025년까지 완전자율주행 기술 실현을 추진 중이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위한 준비 작업은 해당 발언이 나오기 이전부터 계속됐다.

베이징신에너지자동차와 스마트카를 개발하고, 소강고빈과 공동으로 개발한 전기SUV는 모터쇼를 통해 공개된 뒤 양산을 앞두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이른바 ‘화웨이 관련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빌리티 시장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기차의 핵심기술인 배터리 이해도가 높아야하며, 관련 기술력의 고도화를 위해 국내 인재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화웨이의 움직임은 애플로 대표되는 IT기업의 모빌리티 시장진출 움직임과 유사하다. 애플도 자율주행 기반의 전기차 ‘아이카(iCar·가칭)’ 출시를 위해 분주하다. 내부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완전자율주행 개발에 속도를 내고 배터리 공급과 차량 제작을 맡게 될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다수의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접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의 1·2위 배터리기업 CATL·BYD 등과 논의 중이라 보도되기도 했다.

배터리·완성차 파트너십 구축 면에서는 자국기업 활용도가 높은 화웨이가 애플보다 용이할 것이라 점쳐진다. 애플은 화웨이에 비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는 등 브랜드 파워가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이 반도체·배터리 등 전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직접적인 완성차 제작계획이 없음을 감안하면, IT기업의 모빌리티 시장 진출 측면에서 양사의 라이벌 구도가 구축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화웨이는 외부적 요인으로 정체기를 맞은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빌리티 시장으로 삼겠다는 의지여서 애플보다 절실하다. 미국 정부는 2019년 5월부터 화웨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작년 5월부터는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 납품 시 미국의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해당 규제가 본격화 된 뒤 유럽을 중심으로 통신업체들이 화웨이 장비를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자국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점유를 유지 중이지만,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하회하고 있다. 2019년 2억3000만대 수준이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도 지난해 1억8000만대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1억대를 하회해 8000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1위를 고수하던 내수시장에서마저 3위로 밀려났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무역분쟁에 따른 사업적 난관을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통해 타개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면서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의 핵심은 전동화며, 전동화의 핵심은 역시 배터리기 때문에 국내 인력들을 초빙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서 시작됐을 것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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