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내 유통 중인 중국 게임 현황 파악조차 못해

사진 = SKY - 빛의 아이들 공식 트레일러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중국 동북공정이 한국 게임 시장까지 침투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다수의 중국 게임이 이름을 올렸다. ‘기적의 검’과 ‘파이널기어’는 나란히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삼국지 전략판’은 7위,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10위에 올랐다. 10위권 내 중국 게임이 4개다.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PC)가 발표한 ‘2020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게임이 한국시장에서 올린 매출은 13억6115만달러(1조48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중국 게임에 담긴 역사왜곡이다. ‘SKY-빛의아이들’은 갓 아이템을 출시하고 ‘명나라 왕조의 모자(Hat of Ming Dynasty in CHINA)’라고 안내했다. 이 게임은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전 세계에 서비스 중이다. 페이퍼게임즈 ‘샤이닝 니키’는 한복아이템을 선보였는데 ‘한복은 중국 옷’이란 입장을 밝혀 동북공정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유저의 반발이 쏟아지자 한국을 서비스 국가에서 제외시켰다. ‘황제라 칭하라’는 청나라 배경에 한복이 등장해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시장에서 유통 중인 중국게임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현행 게임산업 시행규칙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에 국적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국적 표기는 시행규칙 변경을 통해 문체부가 재량으로 수정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게임 역사 왜곡 문제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지적됐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의 한국 문화콘텐츠 모방 피해금액을 정확히 집계하고 다양한 데이터 수집을 주문했다. 국감 이후 문체부에게 마련한 개선책이 있는지 묻자 “알아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외교부 대응도 소극적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며 “역사문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됐기에 다른나라의 왜곡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에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 역시 일본 교과서 왜곡에 대해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지만, 중국 동북공정과 관련해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방관하는 사이 중국 게임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낳았다. 선정적인 광고도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문제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2020년 동안 부적절한 광고로 제재 받은 사례는 83건이었다. 제재 조치를 받은 게임은 ‘왕비의 맛’ ‘황제라 칭하라’ ‘상류사회’ 등이다. 위원회 삭제조치 이후에도 SNS에 광고를 끊임없이 노출시켰다. 

국회는 중국 동북공정을 방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법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역사 왜곡을 사전에 확인하고 제재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별다른 제재가 없는 한국과 반대로 중국 정부는 ‘판호 만리장성’을 쌓았다.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선전부 출판국은 최근 게임물 판호 심사를 강화했다. 채점 항목은 관념지향 , 원조창작, 제작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정도 등 5가지다. 평균 3점 이상을 받아야 판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중국의 문화를 알리고 사회주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등 중국의 입맛에 맞출 수밖에 없다.

한국 게임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국 게임사와 다른 잣대를 적용받으면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을 베끼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중국 게임의 그래픽 수준과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국내 게임만 규제한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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