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대용량 추세 계속될 것
근거리 쇼핑문화로 자리 잡는 분위기
대형마트는 4~5인·편의점은 2~3인용

지난 26일 이마트24에서 고개이 수박 한 통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이마트24
지난 26일 이마트24에서 고객이 수박 한 통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이마트24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편의점은 곧 소용량 제품 판매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반의 반으로 쪼개던 수박이 한 통째로 판매되고 있다. 편의점을 다양한 쇼핑채널로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대용량 제품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 대신 편의점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들은 단순한 끼니 대용 제품을 찾는 것에서 나아가 편의점에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편의점들은 지난해부터 대용량 제품의 상품 수를 대폭 늘렸고 이는 곧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채소, 과일의 대용량 제품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고 편의점 업계는 입을 모았다. 합리적인 가격에 대용량 제품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보기 채널로 통하게 됐다.

주로 1인 가구가 많이 이용하는 편의점의 특성상 그동안은 소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대형 마트에는 팔지 않는 낱개짜리 과일, 소용량 소스 등의 제품이 편의점의 야심작이었다. 현재도 1인 가구들이 편의점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대용량에 대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용량 과일, 대용량 채소 등은 소비자들의 편의점 장보기에 매우 중요한 상품군으로 자리를 잡았다. 편의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상품들을 내놓자 현명한 주부 소비자들도 편의점 장보기에 돌입하면서 2~3인 가구의 편의점 진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CU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정 주택가 인근 점포들의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며 “편의점에서 장보는 이들이 늘면서 대용량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에도 대용량에 대한 시도는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대용량 상품 구색을 늘렸다”며 “박스단위 사과도 판매되고 있고 대용량 음료, 스낵 제품도 많다. 앞으로도 대용량 제품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에서 4~5인 가구를 위한 상품이 많다면 편의점에는 2~3인용 대용량 제품이 늘고 있다. 부부에 한 자녀 정도의 가구가 타깃인 셈이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대용량 제품군을 늘릴 예정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슬(리퍼)세권으로 돌아다니게 됐는데 편의점이 가격대를 비교적 잘 맞추고 상품 구색을 잘 갖춰 주부들도 몇 번 경험해보고 계속와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원마일 생활권이 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하는 이들은 대형마트를 기피하고 동네에서,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편의점의 면적이 넓지 않지만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지역의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잘 맞추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장보기하면 무조건 대형마트로 향하던 때로 돌아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MZ세대의 소비 개념에 대한 변화도 편의점의 장보기 문화에 한 몫하는 것으로 봤다. MZ세대는 소유의 개념보다는 사용에 대한 개념이 강하다. 자동차도 소유하기보다는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형마트가 곳곳에 있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MZ세대의 경우 굳이 대여해서 대형마트를 드나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까닭에 장기적으로 편의점의 덩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편의점이 장보기 영역까지 확장하면 대형마트의 경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영 전문가들은 대형마트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재미를 주지 않는 한 편의점에게 다수의 고객을 뺐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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