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내내 1건에 그쳐
가벼운 무게와 수월한 배달 거리는 장점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태평백화점 내 GS수퍼마켓에서 우딜 배달 물건을 픽업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3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태평백화점 내 GS수퍼마켓에서 우딜 배달 물건을 픽업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우딜이 처음으로 일거리를 줬다.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우딜을 깔아놓고 틈틈이 켰지만 배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 3일 처음으로 1건을 배정받아 배달을 시작했다.

우딜은 GS25의 일반인 도보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다. 지난해 8월 첫 선을 보인 뒤 큰 관심을 끌었다. 전문 배달인이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다. 도보 배달이기 때문에 운전면허나 나이 등의 제한도 없었다. 만 18세 이상이고 걸어서 배달할 수 있으면 누구나 우딜 친구가 될 수 있다.

고객이 배달앱 요기요나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통해 GS25나 GS수퍼마켓 배달 상품을 주문하면 가까운 우딜 친구에게 배정이 된다. 도보 배달이기 때문에 배달 반경은 1.5km로 이하이고, 무게도 5kg이하일 때 우딜 배달이 가능해 진다.

3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동작구 사당역 부근에서 우딜을 켰다. 언제나 불러주지 않았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커피전문점을 찾아가던 중 우딜에서 알림이 왔다. 튜토리얼을 두 번이나 봤지만 첫 부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일 우딜에서 배정된 주문 모습. / 사진=우딜 앱 캡처
지난 3일 우딜에서 배정된 주문건 모습. / 사진=우딜 앱 캡처

가장 큰 폰트로 표시된 시간과 배달비가 가장 눈에 띄었다. 남은 시간은 ‘24분’이었고 배달비는 ‘2800’원이었다. 1.89kg의 중량에 다소 안심하며 픽업지로 향했다. 픽업지는 ‘태평백화점’이었다.

길가에 위치한 큰 건물이기 때문에 찾기 쉬웠지만 괜한 조바심에 자꾸만 지도를 들여다보게 됐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마음이 점점 바빠졌다. 백화점에 편의점이 있는 것인지 자세한 지점이 표시되길 바랐지만 그 정도로 친절하지는 않았다.

태평백화점 정문에 도착했지만 GS25를 찾기는 어려웠다. 고개를 돌리자 GS수퍼마켓 표시가 보였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난감했다. 빠르게 배달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백화점에 들어가 다급하게 입장 QR코드를 찍고 손 소독을 마쳤다.

당연히 GS25 편의점이 있을 줄 알았으나 보이지 않아서 백화점 직원을 붙들고 GS수퍼마켓을 물었다. 지하에 GS수퍼마켓이 있어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산대에 가서 배달 물건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배달을 할 거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배달 주문으로 착각한 탓이다.

우친이라고 크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나의 불찰도 있었지만 불통으로 머뭇거리는 사이 애석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다행히 다른 직원이 엿듣고 “배달이세요?”라고 물었고 강한 긍정을 한 뒤 물건을 받아 들었다. 주문번호를 확인하고 다시 주소지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쌀쌀한 날씨가 어느새 덥게 느껴졌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도착지가 여전히 픽업지인 것이 의아했다. 다시 살펴보니 픽업완료와 고객 주문번호 입력을 하지 않고 마음만 앞서서 걸음을 옮긴 탓이었다. 부랴부랴 주문번호 뒷자리를 입력하고 뒤늦게 픽업완료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지난 3일 우딜 배달로 주문자 요청사항에 따라 문 앞에 물건을 내려 놓았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3일 우딜 배달로 주문자 요청사항에 따라 문 앞에 물건을 내려 놓았다. / 사진=변소인 기자

도착지에 다다르니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고 4층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마음이 헤아려졌다. 집 근처에 쿠팡 로켓프레시 박스 2개가 놓인 것으로 보아 이커머스를 통해 장보기를 즐겨하는 주문자인 것으로 짐작됐다. 이날은 파채, 팽이버섯, 미나리, 돼지고기 등을 구매했다. 

고객이 ‘문 앞에 놓고, 문자 주세요’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4층을 단숨에 올라 문 앞에 물건이 든 비닐봉지를 내려놨다.

튜토리얼에서 비대면 거래의 경우 사진을 찍어야한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냉큼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주문자가 빨리 물건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에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배달 완료를 누르니 사진을 찍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내 카메라 앱이 켜졌고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초조한 마음에 다시 4층으로 뛰어올라가 혹시나 주문자가 물건을 가져갔을까봐 빠르게 다시 사진을 찍고 배달을 마칠 수 있었다. 처음 호흡을 맞춘 우딜과 손발이 좀 맞지 않아 삐걱거린 셈이다. 32분의 노동 끝에 2800원을 벌었다.

다급했던 마음을 달래고 업무를 하기 위해 커피전문점 찾았고, 2800원은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일을 하면서 우딜은 계속 켜놨지만 밤이 되도록 소식이 없었다. 지난달부터 BBQ 배달도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어 BBQ 배달은 받지 못했다.

현재 우딜 친구는 6만명을 넘어섰다. GS25 배달 건수의 3분의 1정도는 현재 우딜로 배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25 관계자는 “우딜 같은 경우 도보로 배달하다보니 거리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을 감안하면 30%가 넘는 수행률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우친으로서 배달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언제쯤 우딜이 또 불러줄지 모르겠다. 오늘도 기약 없는 기다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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