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서 3차 변론 열려
기술PT 포함 3시간 이상 지속
양측 기존 입장 되풀이
재판부, 다음달 25일 1시 50분 선고

사진 = 셔터스톡
사진 = 셔터스톡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1심의 변론이 세 차례 진행됐지만 망 사용료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접속’과 ‘전송’은 구분해야 하며 콘텐츠 전송은 SK브로드밴드의 역할이기에 사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구분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어설픈 주장일뿐더러 구분할 수 없다며 이를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민사소송의 3차 변론을 지난달 30일 열었다. 예정보다 긴 3시간 이상이 소요된 이날 변론은 망 이용료와 전송, 접속 등 기술 용어를 정리하는 테크니컬 프리젠테이션(PT)와 양측의 증인 신문 등이 이어졌다.

앞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법적 공방은 넷플릭스가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과정을 뛰어넘고 지난해 4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진행된 1·2차 변론에서 넷플릭스는 ‘접속’과 ‘전송’은 다른 개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 의무는 이용자가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데까지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전송’의 대가를 SK브도르밴드와 같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게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즉 콘텐츠 전송은 ISP 몫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은 무상이 아닐뿐더러,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 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국내서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는 글로벌 CP들이 망 품질 유지 의무나 망 사용료를 회피하는 것은 무임승차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 넷플릭스 "데이터 전송은 ISP인 SKB 책임···'전송료' 낼 의무 없어"

이날 진행된 3차 변론에서도 양측은 앞선 두 차례 변론에서 펼친 주장을 되풀이했다.

넷플릭스 측은 인터넷 서비스의 접속과 전송은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의 일종인 오픈커넥트(OCA)를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구축해두고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뒀을 뿐이며,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ISP가 이를 전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접속료가 아닌 전송료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전송의 책임은 ISP인 SK브로드밴드에 있다는 것이다.

OCA는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관련 설비에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미리 전송해 둔 후 가장 가까운 지역 네트워크에서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 넷플릭스 이용자가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미국 본사 서버 대신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에 있는 서버에 접속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저장소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12년부터 1조원 이상을 들여 CDN인 OCA를 자체 구축해왔다.

넷플릭스 측 법률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오상진 변호사는 “CDN이 없다면 전통적 구조에서 CP는 ISP A에게 인터넷 접속료를 지불하고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지만 ISP A는 다른 ISP와 상호접속해 세계적 연결성을 확보한다”며 “CP가 A에게 접속료를 지불하고 나면 추가 비용 없이 A를 통해 전 세계 어디로든 콘텐츠가 흘러가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넷플릭스 측은 콘텐츠 전송은 SK브로드밴드의 역할이라는 근거 중 하나로 SK브로드밴드의 이용약관을 예로 들었다. SK브로드밴드는 이용약관에서 인터넷 서비스별 ‘최저보장속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에게 제공하기로 한 서비스 속도가 최저속도에 미달하면 이용요금을 감면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오 변호사는 “약관이나 인터넷 기본원칙을 보나 전송은 피고가 할 일이다. 피고는 전송 대가로 이용자들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원고에게 전송료를 달라고 한다”며 “이는 자신의 책임을 원고에게 전가하는 것이며 각자 역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는 원고 덕분에 가입자를 확대하고 더 비싼 상품 판매도 가능해진다. 피고의 논리대로 전송료를 지급해야 한다면 피고도 콘텐츠 제작비용을 원고에게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 SKB "넷플릭스, 근거 없는 어설픈 주장···접속과 전송 나누기 어려워"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측의 논리에 대해 어설픈 이론으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라는 인터넷 원칙이 없을뿐더러 이 둘을 따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자료 = 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 측이 넷플릭스 측의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 정당성을 주장하며 제시한 자료. / 자료 = SK브로드밴드

SK브로드밴드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의 강신섭 변호사는 “(넷플릭스는) 처음엔 사용의 대가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전송료 지불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며 “스스로 용어 자체도 정리되지 않은 어설픈 이론을 가지고 한국 법정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우리는 우리법에 쓰고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혼란이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역무에서 접속과 전송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규정집, EU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팀 우 박사의 논문을 찾아보더라도 전송은 무상이라는 기본원칙이 없다”며 “그런 원칙이 관습인지, 정의인지 의문이다. 법원에서 적용하는 규범이 아닐뿐더러 접속은 유료고 전송은 무료라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고 재판 규범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측이 전송 책임이 SK브로드밴드에 있다는 근거로 언급한 이용 약관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SK브로드밴드 약관의 최저보장속도 규정은 ISP 측정 서버와 고객 측정 장소 시설 분계점까지의 망 구간을 측정한 결과값으로, 해외망까지 책임지지 못 한다”며 “SK브로드밴드의 약관에도 전송해준다는 얘기는 없다. 그런 주장은 곡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넷플릭스 이용 관련 영문 약관에 ‘가입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가입자에게 단말기를 보내준다'는 등의 문구가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오히려 넷플릭스 약관에 가입자에게 콘텐츠에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원고들이 콘텐츠를 보낼 의무, 전송할 의무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기술 PT에 이은 증인 신문과정에서도 동일한 주장이 반복됐다.

넷플릭스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이동만 카이스트 교수는 “인터넷접속서비스는 전 세계적 연결성이 중요하다. 가입자가 가입망에 연결하고 또 다른 망에 연결될 때 무료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전송료를 내는 조건이 들어가면 전 세계적 연결성이 무너진다. 국내 네이버 서버나 구글 미국 서버가 비용 추가 없이 연결돼야 한다. 접속료를 내면 전송료는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CP 전송료 부담이 늘어나면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결국 인터넷 파편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 증인 박승진 SK브로드밴드 서비스혁신그룹장은 “ISP의 최소 속도보장은 시설 분기점까지만 보장하게 돼 있다”며 해외에서 국내로 오는 회선 용량 확보는 CP 책임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우리나라에서 이것(망 이용대가 관련 채무액)에 대한 감정이 가능하냐”며 “과기정통부, 방통위 사실조회도 의견을 듣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채택은 어려울 것 같고, 지금 결심하고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로 필요한 것은 서면 준비 명령으로 보내는 게 진행하는데 낫지 않나 싶다. 지금까지 결과 검토 필요하다”면서 다음달 25일 오후 1시 50분을 이번 민사소송의 최종 선고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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