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 “지원금 부족·빚 늘어...소급·임대료 분담 필요”
정부·임대인은 난색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폐업 주점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폐업 주점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소급 적용과 임대료 분담 제도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임대인은 난색을 표했다.

29일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로 대출이 크게 늘었고 현재도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재난지원금으로는 피해 규모에 비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하필수 서울시노래연습장업협회 회장은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기존 노래방 운영자들이 받은 피해액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안된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노래방 운영자들은 정부의 집합제한 조치로 수도권의 경우 5개월 가량 영업이 금지됐다. 서울의 임대료를 평균 500만원으로 보면 영업금지 기간 임대료만 2500만원을 임대인에게 지불해야 했다. 임대료 외에도 신곡 비용, 전기세 등 문을 열지 않아도 나가는 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수도권 영업제한 시간이 밤 10시로 1시간 연장됐으나 대개 손님들이 8~9시부터 오기에 영업을 거의 못하는 상황과 같다”며 “수도권의 노래방은 코로나 이전 6800개에서 1년만에 2000개 가까이 폐업했다. 아직 노래방을 운영하는 사장들도 늘어난 대출과 이자, 임대료를 내기 위해 막노동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우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장은 “피트니스 업계는 4월 매출이 3월보다 감소했다. 4월 매출은 코로나 이전보다 30% 이상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의 2019년 대비 매출액 감소는 19조8828억원이다. 정부가 코로나19와 거리두기로 인해 소상공인들에게 지금까지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최대 1150만원이다.

자영업자들의 대출도 크게 늘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자영업자 대출액은 1년 전보다 118조6000억원(17.3%), 차주는 47만명(24.5%) 늘었다. 전년 증가폭보다 대출액은 2배, 차주는 3배 이상 더 크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폭은 가계(8.3%)와 기업(15.6%)보다 컸다.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액 118조6000억원에서 금리가 높은 비은행 대출 증가폭이 22.3%로 은행 대출 증가폭 14.9% 보다 높았다.

최근 신한은행이 발표한 ‘2021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월평균 매출액은 2020년 2711만원으로 2019년(3394만원)보다 20% 줄었다. 운영상 애로사항으로는 낮은 수익(36.1%)과 임대료·부채 이자 부담(32.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상공인들은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에 따른 손실을 소급해 보상하는 법 제도화와 임대료 부담 분담을 요구했다. 하 회장은 “5월이면 자영업자들은 국세청에 종합소득신고를 한다. 그러면 지난해 매출이 드러난다. 2019년과 2020년의 매출 차이에서 그 동안 받은 재난지원금을 제외하고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영업금지 및 제한 시기에도 수도권 노래방 운영자들은 매달 평균 500만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왔다. 반면 임대인은 아무 손해도 없었다. 정부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려준 임대인들에게 세제 혜택을 줬으나 그런 경우는 드물다”며 “영업금지나 제한 때는 임대료를 정부와 임대인도 일부 분담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서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국민의힘, 정의당이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당론으로 정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어려운 계층에 대해 손실보상 소급적용 방안을 즉각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소급 적용을 담은 손실보상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의원마다 입장이 다르다. 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 26명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이 소급 적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병덕, 이동주 의원 등도 소급 적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송갑석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소급 적용이 빠져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정부와 협의를 해 5월초 상임위 소위 이전에 당론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제정해 앞으로의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입장으로 소급 적용은 반대하고 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정부는 그동안 재난지원금의 방식으로 소급해서 13조원 정도 지원을 했다.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도 많지만 소급을 해왔고 지금도 지원금이 나가고 있다”며 “소급해서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정부가 전혀 보상하는 행위가 없었다고 혹시 오해할까봐 이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앞으로 생기는 소상공인의 손실은 손실보상법에 의해 보상하겠다”며 “지나간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어렵다. 소급해서 지급하면 폐업지원금과 초저금리 대출 등의 다른 지원책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집합제한 또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들의 임대료를 분담하는 법안은 발의된 후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은 민주당 이동주, 이성만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발의했다. 법안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정부 또는 임대인도 나눠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료를 분담하면 금융사가 임대인의 대출금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유예하도록 했다. 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가가 재난 대응조치로 상가건물의 영업중지 또는 영업제한을 명령한 경우 임대인도 임대료 일부 또는 전부를 감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임대인이 해당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은 경우 융자금 상환기한 연기나 이자 지원 등 금융지원 혜택과 함께 소득세·법인세 등 세액공제 혜택을 주도록 했다.

이날 참여연대와 일부 의원들이 진행한 ‘코로나19 상가임대료 피해사례와 임대료 분담 법제도 방안 모색 좌담회’에서 한 헬스장 운영자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500만원을 내고 있다. 코로나로 매출이 작년에는 45%, 올해 70% 줄었는데 임대료, 관리비 등 고정비 부담은 여전하다. 작년에 4억원 적자, 올해 1분기에 1억원이 적자였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지난해 3월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구제 및 경제적 보장법'을 제정하고 시행일로부터 120일 동안 차임연체로 인해 강제퇴거 개시, 연체료, 위약금 그 밖의 수수료 등 부과를 금지했다. 임대인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금융기관이 압류하는 것을 금지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중소기업 구제를 위해 캐나다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정책을 실시했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4월~9월까지 임대료의 최소 75%를 감면해 주고, 정부는 그 임대료의 50%를 부담하게 했다. 임차인은 최대 25%만 부담한다. 이 정책에 참여하지 않은 임대인에 의한 퇴거행위를 금지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임대인에 부과하는 토지세, 공과금 등이 감면됐다면 임대료도 동일하게 감액하고 셧다운에 의한 영업중단 피해를 입은 임차인에 대해 임대차계약 해지, 퇴거, 건물압류, 보증금차감, 손해배상청구 등 임대인의 권리행사를 금지했다.

반면 일부 상가임대인들은 이에 반발했다. 서울 지역의 한 상가 임대인은 “정부가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면 된다. 임대료를 내리는 것은 우리가 판단할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주 의원실이 국세청의 2019년 소득신고 내역과 한국신용데이터의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 비율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개인 또는 법인이 운영하는 일반·중점관리 업종 148만8000여곳의 소득액은 2019년 21조4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와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 등으로 2020년에는 소득액이(비용이 동일할 경우) 전년보다 44조9000억원 감소한 마이너스 23조5000억원이었다. 비용이 10% 감소했다고 가정한 경우 소득액은 전년보다 20조9000억원 줄은 5000억원이었다.

자료=이동주 민주당 의원실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이동주 민주당 의원실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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