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심사 통과 위해서는 조갑주 대표 경영권 안정 필수
최대주주 손화자 지분 낮추고 조갑주 지분 늘려야
창업자 김대영 의장 별세로 IPO계획 차질···상장까지 과제 산적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이 상장을 위한 지분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이지스자산운용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故김대영 의장의 부인인 손화자씨인데 한국거래소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현 대표이자 2대주주인 조갑주 대표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그동안 외부투자와 손씨의 지분매각 작업을 병행해왔다. 하지만 조 대표가 늘려야 하는 지분이 여전히 적지 않고 여러 잠재적 변수가 있기에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 IPO 위한 최대주주 지분매각 ‘속도 UP’

29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최대주주 손화자씨의 지분매각 작업은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통과 목적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손씨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26.30%(445만4215주)를 들고 있다. 2대주주인 조갑주 대표 지분(10.55%)의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손씨는 김대영 의장이 2018년 별세하면서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45.5%를 물려받았다. 손씨는 이후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꾸준히 매각해왔다.

손씨는 최근 사모펀드 등에 10%가량의 추가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매각 이후 손씨의 지분율은 10%대로 떨어질 예정이다.

손씨의 지분매각은 이지스자산운용 상장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앞서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상장주관사로 삼성증권과 KB증권을 선정하며 상장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그해 김대영 의장이 별세하면서 상장 계획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규정세칙으로 ‘지분 당사자 간의 관계, 지분구조의 변동 내용·기간 등에 비추어 기업 경영의 안정성이 인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안정적인 지분율을 가지면서 상장 이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없어야 상장을 허용해주겠다는 뜻이다.

김 의장 별세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이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손씨가 경영권을 가지거나 김 의장의 자녀가 경영권을 가져야 했다. 하지만 손씨는 경영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김 의장 자녀들 역시 미국 국적이라 지분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금융감독원은 외국 국적자의 국내 자산운용사 지분율을 5%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결국 2대 주주이자 김 의장의 동업자였던 조 대표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1년 김 의장이 이지스자산운용을 설립할 초기부터 합류해 사실상 2인자로서 이지스자산운용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지스자산운용 설립자인 김대영 의장은 건설부 차관 출신으로써 2001년 이규성 회장의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에 취임했다. 이후 ‘코크랩시리즈’ 등 리츠 도입과 부동산사업등으로 코람코자산신탁의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 회장과 경영에 대한 이견을 보이자 회사를 나왔고 2010년 이지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지난해말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가 40조원에 이른다.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제공=이지스자산운용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제공=이지스자산운용

◇ ‘최대주주 조갑주’ 가능할까

이지스자산운용이 한국거래소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조 대표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통상 한국거래소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두 자릿수이고 다른 주요 주주들이 경영권을 넘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어야지 상장을 허가해줬다.

이러한 상장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외부투자자와 이지스자산운용 경영진들은 그동안 최대주주 손씨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또한 제 3자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주주들의 지분율도 희석하면서 특정주주의 과도한 영향력을 방지하도록 노력했다. 올해 3월에도 SK증권이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3.1%를 확보하면서 새로운 주주로 합류했다.

조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 최대주주에 오르려면 손씨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 되지만 개인으로서 자금 여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1월 기존주주들로부터 자사주 70만주를 취득했는데 매입단가가 주당 2만8571원이었다. 올해 3월 SK증권이 매입했던 지분 역시 주당 2만8571원이었다. 이를 적용하면 손씨가 가진 지분 26.3%(445만4215주)의 가치는 1273억원에 이른다.

조 대표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신라젠 상장 당시처럼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경영진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 상장심사에서 우미건설의 비교적 높은 지분율이 마지막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우미건설은 우미글로벌 지분 9.08% 외에도 시행사 선우이엔씨를 통해 지분 2.95%를 확보하고 있다. 선우이엔씨는 이석준 우미건설 부회장과 동생 이석일씨가 지배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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