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오는 28일 분리공시제 빠진 단통법 개정안 전체회의 의결 전망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을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개편안에는 찬반 논란이 첨예한 ‘분리공시제’ 도입은 제외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방통위가 5기 방통위 정책과제로 내세운 만큼 연내 도입 추진 의지는 여전히 강한 상황이다.

현재 휴대폰 단말기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공시지원금은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분담한다. 제조사 판매장려금은 이통사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한다. 분리공시제는 이 둘을 별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시지원금을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얼마씩 부담했는지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놓은 가계통신비 절감 7대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리공시제를 통한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같은 당 전혜숙, 김승원 의원도 분리공시제와 위약금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분리공시제 도입 법안이 발의됐다. 방통위도 올해 초 5기 방통위의 비전 및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분리공시제 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분리공시제 도입 주장의 이유는 간단하다. 제조사 장려금과 이통사 지원금의 별도 공개는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그동안 제조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높게 책정한 뒤 보조금을 지급하던 행태를 차단해 이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생각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를 두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산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제조사는 오히려 지원금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장려금이 높아지면 이중 일부는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불법보조금으로 활용될 우려가 높다. 즉 단통법의 대안으로 내놓은 법이지만 불법 사례만 양산할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여기에 실제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최근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에선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애플을 제외하면 사실상 삼성전자 독주체제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 한정돼 사업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단말기를 판매한다. 이를 고려하면 분리공시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제조사가 반드시 출고가를 내릴 것일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앞선 우려와 같이 지원금이 아닌 유통망 장려금 규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시장은 되레 혼탁해진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역시 분리공시제의 실효성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는지, 최근 국회에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 이전과 다른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다소 ‘완화된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과방위도 실효성 부족 및 부작용 등을 우려해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진행된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분리공시제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보류됐다.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자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회 과방위 소속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제조사가 지원금을 공시하게 되면 최소의 금액만 공시하거나 아예 지원금을 없앨 가능성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이 더 싼 가격의 단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목적인데 잘못하면 지원 자체가 없어지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방통위 및 여당 의원들은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유통망 반발을 우려해 섣불리 밝히지는 못하지만 ‘완전자급제’ 도입을 위한 징검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리공시제 도입은 그 실효성 및 부작용에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상혁 위원장이 올 초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검토해서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제도 도입의 밝은 면만 바라보고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부작용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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