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화물 특수’···순환 휴직 등 고정비 감축 효과도
‘아시아나 통합’ 지분 정리·자금 확보 등 총력···코로나19 지속·공정위 판단 등 촉각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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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항공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고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하늘길과 국가 간 교류가 막히면서, 여객항공 사업에 주력하던 국내 항공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다만, 대한항공은 재빨리 여객기의 화물칸을 확대하는 등 조치를 취해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하며 손실을 줄였다. 또 항공 화물 운임이 인상되고, 코로나19 백신 항공 수송이 시작되면서 때 아닌 호재를 맞기도 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대한항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의 매출은 7조6062억2407만8611원이고, 영업이익은 1089억1811만8710원이었다. 순이익은 –2300억1863만4965원으로 공시됐다. 매출의 경우 전년보다 3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8% 줄어들었다. 적자 폭은 63% 더 늘었다.

다만 악재 속에서도 항공 화물 사업의 선전과 직원 휴직 등에 따른 고정비 감축이 손실을 최소화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해 나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상하이-북미 노선’ 항공 화물 운임은 1kg당 12달러(지난달 말 기준 1kg당 5.5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고, 연말에는 블랙프라이데이·크리스마스 등 대목에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래 화물 수송 실적은 최대치(27만1036톤)를 기록했고, LCC(저비용항공사)의 경우 항공 화물 사업 부문에서 큰 지분이 없는 만큼 이는 사실상 대한항공(항공 화물 수송 물량 전년대비 23.3% 증가)·아시아나항공(10.1% 증가) 등 FSC(대형항공사)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에도 해당 전략을 지속하며 약 1조7880억원대의 매출과 약 7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올해 화물기 운항 횟수를 전년대비 7% 이상 증가(144회)시켜 적자의 폭을 줄이는 등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대한항공의 실적에는 직원들의 희생도 큰 몫을 했다. 순환휴직 등으로 고정비가 크게 감축됐고, 이에 사실상 실적이 상향 조정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달 31일 대한항공 뉴스룸에서 “현재 당사 국내 직원 중 약 55%에 달하는 8000~9000명이 순환 휴직 중”이라며 “이와 동시에 조직 슬림화, 생산성 향상, 기재 도입 연기 등을 위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해 운영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외국 항공사들이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해 공급이 늘어나면서, 항공 화물 운임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순환 휴직 등을 통한 고정비 감축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부터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완전 통합까지 약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우선 통합에 필요한 자금 확보와 지분 정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관측된다.

지난달 4~5일 진행된 유상증자를 통해 대한항공은 3조3159억원(청약률 104.85%)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아시아나항공 인수(1조5000억원)·채무상환1조8159억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은 유동성 위기 등을 대비해 20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상환기한 2022년 10월 14일 600억원, 2023년 4월 14일 800억원, 2024년 4월 15일 600억원 등)를 발행했고,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도 지난달 1440억원 규모의 무보증 일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번 회사채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항공기 임차료 등에 사용된다.

아시아나 항공과의 통합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독과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주목되고 있다. 당초 점유율·노선 등에 대한 독과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만큼 공정위 판단 과정에서 이들 쟁점에 대한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산업은행에 제출한 ‘인수 후 통합전략(PMI)’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시 국내선 합산 점유율은 42.2%(대한항공 22.9%, 아시아나항공 19.3%)이고, 국제선 합산 점유율도 48.9%에 불과하다며 다른 항공사들의 경쟁을 제한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의 점유율까지 합할 경우 독과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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