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입지 조사 업무 분리 방향성에 투기 근절 한계 제기
전문가들 “토지 개발 방식, 매각형에서 임대로 바꿔야”
장기공공임대 등 주거복지 위해 주택도시기금 출자 비중 상향 필요 제기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정부여당이 내부정보 활용 투기 및 불로소득 근절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방향으로 임직원 개인의 부패 방지를 넘어 LH 수익구조와 연결된 토지개발 방식까지 개선할지가 관건이다. 투기를 조장하는 LH의 토지 매각과 주택 분양 개발 방식이 임대형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은 LH 해체 대신 기능 조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LH의 혁신 방안의 방향성은 조직·기능 조정, 내부 통제 강화, 방만 경영 방지 등이다.

특히 개발 정보가 사전에 누출되는 것을 막는 쪽으로 논의되고 있다. 기존에 LH가 해오던 신도시 입지 조사 업무는 빼낼 방침이다. LH 직원 10여명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정에 앞서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아예 LH에서 신도시 등 입지 조사 업무를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 LH의 토지 및 도시 개발 기능을 지방 주택도시공사에 분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인력 감축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LH 혁신 방향이 임직원 개인 부패를 막을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토지 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투기를 막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LH는 개발한 토지에서 투기가 일어나 가격이 올라야 수익성이 높아지는 구조이기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LH는 미개발 토지를 민간에서 저렴하게 사서 택지로 개발한 후 건설사나 산업단지에 입주할 회사에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며 “해당 토지에서 투기가 일어나야 LH 수익이 커지고 직원의 성과급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투기가 일어나야 LH 수익성이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투기 근절이 가능하다는 것.

이에 남 소장은 “LH를 포함한 SH 등 지방 주택도시공사의 토지개발 방식을 지금의 매각형에서 임대형으로 바꿔야 개발한 땅에서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공기업 직원 투기도 같이 사라진다”며 “임대한 땅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토지임대부 분양상가, 토지임대부 산업단지 등으로 운영하면 된다. 이 경우 주거복지 향상 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은 상가 세입자를 면하게 된다.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도 목돈주고 땅 사서 산단에 들어가지 않고 임대료만 내면되니 경영 환경이 좋아진다”고 했다.

LH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주택 공기업들은 민간의 땅을 싸게 매입해 택지를 조성한 후 다시 민간에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 10년간 87만평의 공공택지를 매각해 5조500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SH공사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사업지구별 택지매각 현황(2011년1월1일~2020년12월31일)’, ‘분양가 공개서’ 등을 토대로 지난 10년간 28개 지구 택지판매이익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경실련 분석 결과에 따르면 SH가 보상한 28개 지구의 토지가격은 평균 평당 334만원이다. 택지조성비 등을 더한 조성원가는 평당 1010만원, SH가 판매한 87만평 전체로는 8조8000억원이다.

반면 매각액은 평당 1640만원, 총 14조2000억원이다. 택지매각으로 벌어들인 이익은 5조5000원이다.

자료=경실련
자료=경실련

판매된 토지의 현재 시세를 추정해보면, 아파트 토지시세 기준 각 용도별로 30%~150%까지 적용한 결과 87만평의 시세는 평당 4340만원, 37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경실련은 “이는 수용가보다 4000만원이나 상승한 값이다. 조성원가를 제하더라도 29조원의 자산 증가와 이익이 서울시민 몫이 될 수 있었다”며 “SH는 부채를 핑계 대며 강제수용 택지를 민간에 매각해왔다. 이번 분석결과는 공공이 택지를 매각하지 않는다면 공공주택 확보와 자산 증가에 도움이 되고 결국 서민 주거안정과 공기업 재정 건전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이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했다면 값싸고 질 좋은 장기공공주택을 더 많이 보유할 수 있고 집값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LH와 SH가 토지개발 방식을 임대형으로 전환할 경우 문제는 재원이다.

이에 윤은주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LH와 SH의 개발방식을 매각형에서 임대형을 바꿔 토지임대부 장기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급하면 국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임대형으로 전환은 공공적 성격을 위한 것이므로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주택도시기금의 임대주택 출자 비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LH 관계자는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주택도시기금에서 출자 30%, 융자 40% 비율로 지원하고 있다”며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출자 비율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기업 소장은 “미개발 토지를 택지로 바꾸면 땅값이 확 올라간다. 토지 임대료로 얻는 수익이 국공채 금리 부담보다 크다”며 “또한 토지 임대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가기에 장기적으로 LH의 수익성에 안정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LH 공사 임직원과 배우자 등 10여명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 사이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원 약 7000평의 지분을 나눠 매입했다. 이 기간 즈음에 이 지역의 토지 거래가 급증했다. 이후 지난 2월 24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LH 직원이 매입한 지역이 포함된 광명시흥지구를 지정했다.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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