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책에 카드론으로 고신용자 몰려
카드론 금리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갈 곳 잃은 저신용자
규제 풍선효과에 밀려나는 금융 취약계층 생각해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 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외에 2020년을 한 단어로 수식할 또 다른 키워드가 있다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를 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폭증하는 대출 수요를 좌시할 수 없었던 정부는 적극적인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펼쳤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 이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앞다퉈 금리를 올리거나 신규 대출 중단 및 한도 축소에 나서면서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나날이 높아졌다.

높아진 대출 문턱은 고신용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늘어난 대출 수요는 쉬이 잦아들지 않았고 제1금융권에 머물던 고신용자들은 결국 카드론으로 눈을 돌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론 대출금리가 표준등급으로 공시된 7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1~2등급 고신용자에게 제공하는 대출금리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이용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고신용 구간의 카드론 금리 하락폭이 두드러진 셈이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의 금리가 양극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고신용자의 카드론 대출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내는 반면 저신용자 대상으로는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외려 소폭 오르는 모습을 나타내면서다. 높은 금리 외에도 지난해 말부터는 아예 저신용자 대상으로 카드론을 취급하지 않는 카드사들까지 늘어나면서 현재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단 2개사만 9~10등급 대상 카드론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책으로 정작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은 대출절벽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금리 양극화 현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는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되면 저신용자의 대출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전반적인 카드론 금리를 20% 미만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카드사들은 7월이 되기 이전에 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이고 고신용자를 비롯한 우량차주 늘리기에 계속해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계대출 규제책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부가 내놓은 금융 처방전의 풍선효과로 서민들은 급전을 구할 동아줄이 통째로 끊길 판국이다. 부작용이 드러난 이상 기존의 처방전을 계속해서 고집하기보다는 대출절벽에 내몰린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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