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來未安→RAEMIAN’ 검토
HDC현산, 아이파크 BI 새 단장
“프리미엄 브랜드 불확실성 커”

최근 건설사 사이에선 아파트 브랜드 리뉴얼 바람이 불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기존 브랜드를 새 단장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분위기다. / 그래픽=시자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아파트 브랜드 리뉴얼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건설사 위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크고 강남권에 국한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전국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리뉴얼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특허청에 래미안의 새 로고에 대한 상표권 출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특허 출원은 상표권을 인정받기 위해 신청하는 단계다. 새 로고에는 기존 래미안의 한자인 ‘來未安’이 사라지고 영문 ‘RAEMIAN’이 들어갈 예정이다. 래미안의 로고가 변경되는 것은 2001년 이후 20년 만이다. 래미안의 영어 표기가 로고에 공식적으로 담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가 영어로 많이 쓰이는 만큼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최근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IPARK)의 리뉴얼을 단행했다. 회사는 지난 15일 아이파크의 론칭 20주년을 맞아 ‘프리미엄 라이프 플랫폼’(Premium Life Platform)으로 BI(Brand identity)를 재정립했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아이파크 로고를 공개했다. HDC현산은 아이파크를 단순한 주거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혁신적인 디자인과 스마트 기술, 지속 가능한 프리미엄 등을 추구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이파크 로고가 리뉴얼된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이 같은 브랜드 리뉴얼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건설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포스코건설이 ‘더샵’의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더샵의 심벌(#)과 로고(THE SHARP)의 디자인을 변경하고 색상을 프러시안 블루로 새롭게 정의했다. 호반건설도 2019년 ‘호반써밋’과 ‘베르디움’의 새로운 디자인을 공개하고 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같은 해 한화건설은 브랜드명을 ‘꿈에그린’에서 ‘포레나’로 전면 교체하면서 주목받았다.

최근 고급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 대신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한 배경은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크게 위축돼 있다. 여기에 사업장들은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분양가상한제도 걸림돌이다. 건설사들은 분양가 인하 폭이 커질수록 자재나 건축비 등에서 단가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기존 브랜드 단지와의 마찰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남권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 외 지역은 비싼 공사비 탓에 건설사와 조합이 마찰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현장 중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지만, 정부의 규제로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며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 대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낼 이유가 없다”며 “이미 브랜드 가치가 공고한 업체들은 리뉴얼을 통해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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