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지방공항, 지자체가 재원 마련·운영해야”
자의적인 예외 조항 보완 필요성···“MB 정부 이전으로 예타 원상복구 필요”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 사진=연합뉴스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초대형 국책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경제적 타산을 따질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 뛴 채 추진키로 결정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외 조항이 생긴 뒤 예타 제도가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무분별한 면제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26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했다. 이 법에는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고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예타는 사회간접자본 등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경제성과 재원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이 대상이다.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도입했다. 

이후 예타는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책사업의 무분별한 추진을 막으며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뒷받침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지만 경제성이 불분명한 사업임에도 예타를 피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간 예타 면제 사업 비용 총액은 96조8697억원에 달한다. 이명박(61조1378억원), 박근혜(23조9092억원) 정부 시절 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러한 추세 속에 부산시 추산 7조5000억원, 국토교통부 추산 28조6000억원 등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가덕도 신공항도 특별법을 통해 예타가 빠진 채 짓게 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에 필요시 예타 면제라는 임의조항이 들어가 있어 현행법 강행 조항과도 관계가 애매하다. 선거용 임시법으로 봐야 한다”며 “예타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선거 후 또 정치에 이용될 좋지 않을 법안”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예타제도가 방만한 국책사업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잘 작동해왔는데 이번에 가덕도 신공항 사례로 인해 국책사업의 통제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우려했다. 실패한 공항으로 꼽히는 무안공항과 양양공항 등은 공사 비용이 3000억원대였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이보다 비용이 수십배 이상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특별법을 통해 예타 제도를 없애 버린 데 따른 위험 부담을 경고했다.  

허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항을 유치하면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국회의원이 큰 실적으로 부풀린다. 그래서 정치적인 논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은 공항을 주 정부가 건설하고 운영한다”며 “공항의 수혜자는 지자체다. 우리도 지방공항은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타 면제 사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제도적 허점도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4년 예타 예외 조항인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이 생긴 이후 점점 무력화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외가 가능한 경우 중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가에서 꼭 필요한 사업인데 못하는 경우도 있다. 편익을 잡아줄 때도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며 “하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예산을 함부로 사용하는 걸 막는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타가 정치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면 나중에 예산 관리에 있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 막 쓰지만 나중에 결국 누군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예타 관련 움직임이 굉장히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심 교수는 “지금 예타 관련해 나오는 얘기들은 결국 예타를 안 해도 된다는 식인데 국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예타 면제 남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예타 기준을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올리자고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는 예타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추진하려고 예외 조항을 넣은 게 시발점이 돼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예타 면제를 지자체별 선물용, 특혜성으로 하나씩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지역 균형발전 지수를 조정하는 등 계속해서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관계자는 “예타는 김대중 정부가 만들었는데 DJ 정부를 잇는다는 현 정부가 예타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언급,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예타를 원상복구 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예타 제도의 장점과 문제점을 폭넓게 살펴볼 시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예타 그 자체의 무용론 내지 절대 효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예타가 도입됐던 배경과 그것이 지금까지 만들어 낸 효용과 한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예타가 경제성 평가 외에 공공성을 평가하기에는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하재 않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아직 많이 모자라는 공공의료나 재난시기에 집행해야 하는 사업 등에 있어서는 예타에 예외를 둬야 한다”며 “이런 합리적인 규정에 대해서는 성숙시켜 나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덕도 공항 등 예타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사업에 있어 무리하게 면제되는 문제는 정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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