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하는 이들도 많아
인터넷 판매 활성화로 유통단지 매출 부진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내에 한 상가가 비어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내에 한 상가가 비어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접근성이 가장 큰 메리트였는데 예전 같지 않네요. 주변에서 통신판매업으로 아예 돌리거나 아파트형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자꾸 들리니까 유통단지에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한숨을 쉬었다. 지난 2018년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A씨는 매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통단지에서 일하는 이들은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 모습. / 사진=변소인 기자

국내 최대 전자‧전기부품 및 산업용품 전문상가인 구로의 ‘중앙유통단지’는 약 1만평 규모로 지난 1997년 출범했다. 국내 최대 규모답게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다. 다양한 전자부품과 산업용품 등을 한 자리에서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을 활성화,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꾸준하게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유통단지에는 최근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약 4200곳의 업체가 입주해 있는데 곳곳에서 공실이 눈에 띄었다.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의 마동 5열의 경우 15곳이 비어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의 마동 5열의 경우 15곳이 비어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유통단지 내 마동 5열의 경우 총 121곳 가운데 15곳이 비어있었다. 12.3%가 공실인 셈이다. 대부분의 동에서 공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중앙유통단지관리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전자상거래 발달로 인해 과거보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로 매출이 조금 영향을 받았지만 크게 변동을 받지는 않았다. 시기에 따라서 늘었다 줄었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형 공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새로운 건물과 새로운 시설이 좋아서 떠났지만 관리비도 비싸고 주차 공간도 협소해서 돌아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 부근에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26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단지 부근에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유통단지를 떠나는 이들은 아파트형 공장으로 많이 이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단지 바로 옆 부근만 해도 높은 빌딩의 아파트형 공장이 2군데나 있다. 길 하나를 건너서는 새로운 아파트형 공장을 짓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유통단지의 경우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월세가 저렴하지 않아 아예 가격이 저렴한 경기도 지역의 아파트형 공장으로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통신판매업으로 전환해 품목을 단순화해서 필요한 물건을 집에다 두고 판매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이렇게 되면 비싼 월세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매출이 좋지 않아 인원을 감축한 곳도 있었다. 점점 매출이 줄어들자 한 명 있던 직원을 쉬게 하고 사업주만 혼자 근무하고 있었다.

이런 악 조건 속에서 일부 소유주들은 월세를 인상해서 원성을 사고 있다. 각 사업장 별로 소유주가 다른데 일부 소유주가 월세를 올려 받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수지 타산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 이들은 이곳을 떠나거나 조금 저렴한 장소로 자리를 이전했다.

이들 업체들 가운데는 도매업을 하는 업체들이 많다. 소매업체들에게 다양한 자재들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이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도매업의 특성상 매출의 규모는 크고 박리다매로 작은 이익을 가져가는데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 등은 연 매출의 기준이 소매업 수준이기 때문에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한국유통학회에 의뢰해 실시한 ‘유통상가 활성화 지원방안 수립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유통상가단지(산업용재)는 전국에 81개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 단지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유통상가단지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과 같은 대규모점포(전문점)로 분류돼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현대화나 온누리상품권, 지역화폐 등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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