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부피 커 현지생산 유리···제2의 반도체지만 국내 고용효과 한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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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사업무대는 해외다. 국내에도 공장을 보유했지만 양산규모 등을 따졌을 때 해외 공장이 압도적이다.

LG는 충북 청주를 비롯해 미국·중국·폴란드에 거점기지를 설립했다. 미국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 공장 외에도 GM과의 배터리 합작사가 건립 중이다. 삼성SDI는 충남 천안과 헝가리·중국 등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충남 서산 및 헝가리·중국 공장을 운용 중이다. 미국에는 현지 최대 규모 셀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이들의 해외 전진기지를 살펴보면 공통분모를 확인할 수 있다. 3사 모두 유럽·중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LG·SK는 미국에도 나란히 공장을 지었다. 국내 대표 배터리업체들이 집중한 유럽·중국·미국 등은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현지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가 아닌 해외에 집중 투자를 이행 중인 셈이다.

배터리사업은 ‘제2의 반도체’라 지칭된다. 막대한 수익이 기대되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정상급 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버금가는 글로벌 기업의 탄생이 배터리 업계에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화성 등에, SK하이닉스는 이천에 생산기지를 보유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반도체는 전 세계로 수출된다.

이는 배터리 산업의 명확한 한계다. 수출·고용 등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반도체를 뛰어넘기 힘들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전도유망하지만, 반도체 사업만큼의 경제유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는 제품 특성과 관계 깊다. 반도체는 무게가 가볍고 부피도 작아 수출하는 데 소요되는 물류비용이 크지 않다. 배터리는 그 반대다.

최근 공개된 아이오닉5는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가 적용된 첫 번째 모델이다. 모터가 아닌 배터리가 핵심 부품인 까닭에 전기차는 내연차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다. 같은 규격의 차량일 경우 전기차의 실내가 더욱 넓을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플랫폼의 경쟁력은 무게중심과 실내공간이 관건이라 지목한다.

아이오닉5 배터리는 차체 하단에 위치했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차체 바닥면에 배터리가 넓게 분포된 형태다. 이 같은 구조는 배터리의 무게 때문이다. 전기차 원가의 40%가량 차지하는 배터리는, 전기차에 장착되는 부속품 중 가장 무겁다. 이 때문에 차체의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성을 높이고, 실내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차체 바닥면에 배터리를 넓게 배치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 공급해야 할 배터리 전량을 국내에서 제작해 수출한다면 막대한 물류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며, 가경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잠재력 높은 시장에 다수의 업체들이 출현해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배터리 시장을 감안하면, 배터리 공장은 고정비용 감축에 최선인 현지에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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