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심 증세 필요성 제기·법안 준비···“재정건전성·복지 확대 위해 불가피”
논의 본격화되기엔 시간 필요···“섣부른 증세, 취약계층에 타격 역효과” 우려도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을 본격 검토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에 관해 답변하는 모습.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을 본격 검토하는 가운데 일각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사진은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 규모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본격 검토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함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정부 등에 따르면 4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20조원 내외로 예상된다.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추경과 기정예산에서 쓸 수 있는 부분을 합쳐 20조원 전후”라고 설명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상 최대규모의 예산안을 편성한 가운데 추경이 집행되면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련 논의가 힘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는 최근 2년 연속 국세수입이 감소하면서 세수 증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2월 누적 국세수입은 285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7조9000억원 감소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등 3대 세수를 보면 법인세수는 5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조7000억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 수입은 5조9000억원 줄은 69조9000억원이었다. 반면 소득세수는 93조1000억원으로 9조5000억원 늘어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당장 세금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아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은 국채 발행을 통해 해야겠지만, 경제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우리나라가 조세부담률이 굉장히 낮은 나라이기 때문에 증세 논의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향후 1~2년, 특히 대통령 선거까지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건전성과 복지지출 확대를 생각했을 때 증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하지 않고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는 우리 당의 기본소득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증세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증세에 관한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진보 진영 의원들이 주도하는 기본소득연구포럼에서는 모든 소득 원천에 5%, 재산세 공시가격에 1%를 정률 과세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안이 도입되면 국내 총생산의 10%가 넘는 212조원까지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소득자와 100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소득세·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올리는 내용의 사회적연대세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 의원은 “영업을 못 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 취약 계층과 일자리를 잃은 프리랜서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양극화 심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분에 대한 지원과 교육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데 이 모든 걸 국채 발행으로 해결하면 결국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만 안겨주게 된다”며 “현재 필요한 재원에 대해서는 현재 세대들이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다만, 보편적 증세를 하면 조세저항이 심해져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상을 큰 부자들, 슈퍼리치들로 한정하고 기간도 3년 정도로 정해서 취지에 맞는 목적에만 사용하도록 하려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범여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증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논의가 본격화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후덕 기재위원장이 재정당국에서도 증세방안을 공론화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증세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여당 내 대체적인 기류다. 아직 야당과 관련 논의도 없는 상태라 조율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기재위 소속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재위 내 증세 관련 논의는 전혀 없다. 증세 문제는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공식적으로 놓고 쉽게 얘기할 수 없다”며 “증세는 그간 수없이 나온 얘기지만 실행으로 이어지긴 굉장히 어렵다. 당정이 모두 의지를 모아야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 내부에서 논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야당에 증세 논의를 하자는 공식 요청이나 물밑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증세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자칫 졸속으로 증세 안이 진행되면 취약계층 보호와 양극화 해소라는 본래 취지에 벗어난 엉뚱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증세가 힘들다고 본다. 경제가 안 좋으면 세율을 올려도 세수가 늘지 않는다”며 “개방형 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제 특성을 봤을 때 현 세율도 글로벌 기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인데 지금보다 더 올리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그나마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을 중심으로 올려왔는데 이제는 국제 수준에서 봤을 때 세율이 너무 높아져서 더 이상 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더 인상하면 다른 나라에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현 상황에서 세금을 더 올리려면 저소득층에 부담되는 세금을 올리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이것은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언급, 증세 보다는 정부지출의 효율적 집행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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