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원국 중 막대한 영향력···미국 영향력 떨어뜨릴 수단 활용 가능성 제기
“RCEP 특성상 영향력 확대 가능성 낮아···바이든, 아시아에 경제적 관여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협정(RCEP)을 통해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겠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RCEP가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위한 무대가 되지 않도록 회원국들과 함께 바람직한 방향설정을 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21일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RCEP 등장의 외교안보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RCEP를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15개국 정상은 RCEP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GDP 총합만 해도 26.3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 통합시장이 탄생했다.

RCEP은 지지부진했던 지역적 자유무역 논의에 큰 진전을 가져옴으로써 미래 아시아 지역의 무역 질서, 경제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이 플랫폼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RCEP은 중국 주도하에 미래 아세아 경제질서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일방주의적 정책을 펼쳤다. 반면, 중국은 RCEP에 힘을 보태는 등 다자주의에 충실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자국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수단으로 RCEP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전망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지만 몇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RCEP을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지역 FTA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RCEP은 의미를 가지지만, 사실 RCEP은 기존 다양한 양자 FTA의 합이기도 하다. RCEP에 포함된 회원국들은 일본을 제외하고 모두 중국과 양자 FTA를 가지고 있다”며 “RCEP을 통한 개별 국가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에 관한 추가적 우려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뿐만 아니라 RCEP이 추구하는 지역 경제통합의 수준 역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며 따라서 지역 무역질서, 경제질서 형성에 가지는 의미 역시 그만큼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가진 다자주의 제도와 협력에 대한 진정성에 상관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아시아 방면에 대해서 펼친 정책은 미국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중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지 않아도 미국의 추락으로 인해 중국의 상대적 위치는 높아졌다. 그러나 RCEP을 통해 중국이 다자주의에 관한 한 미국 보다 나은 강대국이라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면 이런 담론의 유통 기한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새로 등장한 바이든 행정부는 많은 면에서 이전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정책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국내적 여건이 쉽지는 않겠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포함해 경제 방면에서 과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관여를 강화하고 지역 질서를 형성하는데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 위원은 “중국에 대한 대응이든, 미국 주도의 지역 경제질서를 위해서든 바이든 행정부는 경제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강하게 관여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RCEP을 통해 다자주의에서 중국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의 선례를 따라 아시아 국가와 전략적, 경제적 거리를 좁히는 관여를 들고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동시에 중국에 대해서는 원칙과 가치를 기반으로 지역 국가들을 규합하여 제도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세안과 함께 RCEP을 통한 역내 무역의 확대, 가치사슬의 재활성화를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위상을 세우는 것이 전략적인 관점에서 이익이 된다”며 “나아가 RCEP이 흔히 인식되는 것처럼 중국 주도로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전략적 영향력 확장을 위한 무대가 되지 않도록 회원국들과 공동의 노력으로 바람직한 방향설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