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 “원전, 온난화 억제도구로 사용돼야”···바이든 美 대통령도 육성 의지
친환경발전, 발전량·지속성 분명한 한계···“정치권 과도한 공포조장 지양돼야”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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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전기차·배터리 등 전력소모가 높아지는 사업을 육성하면서도 정부가 원전축소 의지를 내비쳐 온 상황에서, 이른바 ‘탈(脫)원전이 온당한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부상할 조짐이다.

15일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빌 게이츠는 12개 아시아·호주 언론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원전 역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이 설립한 테라파워와 관계 깊다. 테라파워는 소형모듈원전 ‘나트리움’을 개발한 업체다. 지난해 테라파워는 10년 내 미국 전역에 소형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소형원전은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크기다. 설치가 용이하고 방사선 누출 위험을 줄여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원전기술로 주목받는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프랑스·러시아 등도 이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 설계심사를 통과한 뉴스케일 소형원전사업 주기기 공급사다.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에 빠졌던 상황에서 미국의 소형원전 시장을 발판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소형원전 육성에 관심을 보인다. 그가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친환경에너지정책에는 전기차·배터리 및 친환경 에너지원과 함께 소형원전이 핵심으로 소개된다. 탄소배출 억제를 위해 전기차 등을 육성할 경우 전력소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소형원전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심산이 내포됐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발언으로 국내에서도 전기차·배터리 등의 산업육성과 탈원전 정책이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0)화 하겠다는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소한 기존 원전이 유지된다는 전제아래 최소 2~3기의 신규 원전이 설립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35년부터 전기차 판매가 제한되고 주요 지자체마다 이 시기를 전후로 내연차 진출입을 통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라며 “휘발유·경유 등을 원료로 사용하던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전력 수요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존 유지돼 오던 원전이 축소되면 수급불균형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체르노빌·후쿠시마 등 주요 원전사고도 한 몫 했지만, 정치권에서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한 측면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또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에너지의 경우 발전효율이 떨어지고 지속적인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무리한 원전 증설을 억제하고, 개별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는 측면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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