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 리베이트 컨트롤타워 설립 검토 주장···용어 변경 필요성도 강조

김형석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 / 사진=연합뉴스
김형석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의약품 리베이트는 물론 잘못이지만, 구조적 특징을 잘 살펴봐야 한다.”

김형석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변호사는 검사 생활의 마지막을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일 기자와 만나자마자 평소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갖고 있던 소신을 자세하게 밝혔다. “국내 제약업계가 제네릭(복제약) 품목 위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리베이트는 당연히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제약사들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리베이트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 주장이다. “CSO(영업대행사)나 학회를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능화돼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현 추세다. 제약업계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리베이트는 없어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만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있을 때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만으로 근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리베이트를 줄여야 한다. 실제 ‘ISO 37001’ 프로그램(반부패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려 노력하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칼만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정부의 처벌 일변도 제재만으로는 리베이트 근절이 어렵다고 본다. 업계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리베이트’라는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 지론이다. 판매장려금 명목의 가격 할인을 의미하기도 하는 ‘리베이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다보니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들도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공중보건의들은 선배 일탈행위를 보고 배운 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뇌물을 의미하는 ‘kickba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불법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단어로 바꿔 사용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공중보건의들은 똑같이 리베이트를 받더라도 의사들과 상황이 다르다. 공중보건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의료법 적용을 받는 의사와 달리 뇌물수수죄가 적용된다. 금액이 크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김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을 개선, 재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에 설치돼 있는 리베이트 수사단은 불안정한 지위에 있다. 최근에는 파견 공무원 일부가 복귀했다. 부패예방추진단과 같이 국무조정실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구성,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를 통해 의약품 리베이트 단속 효율성을 높이고 후속조치 등 체계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업계 현실상 중소제약사가 의사들에게 어필할 경로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규모가 작은 제약사는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 장점이나 우수성 등을 알릴 기회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중소제약사는 운신의 폭이 좁다. 제약사들이 정상적 영업 범위 내에서 활동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합리적 범위 내에서 경제적 이익 허용 범위를 현실화하자는 말이다.”

김 변호사가 이처럼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중요한 수사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93학번)를 졸업한 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법연수원은 제31기로 수료했다. 이어 지난 2002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로 임관했다. 이후 총 17년 8개월을 검사로 일했다. “평검사 시절 일반 의료사건을 조금 다룬 적이 있고 공안업무도 1년가량 해봤다. 하지만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분야는 특별수사와 금융수사였다.”

김 변호사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에 부장검사로 부임하게 된 것은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전기가 됐다고 한다. “앞서 지난 2017년 8월 부장검사로 승진, 울산지방검찰청 특수부장으로 일하게 됐다. 평검사로 임관한 지 15년이 경과된 시점이었다.”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장은 그에게 있어 두 번째 부장검사 보직이었다. 부임 시점은 지난 2018년 7월이었다. “서부지검에 식품의약조사부가 출범한 이래 4번째 부장검사로 부임했다. 당시 현안으로 라돈침대 사건과 모 제약사 리베이트 및 불법임상시험 사건, 그리고 다른 제약사의 시험성적서 조작사건 등이 있었다.”

새롭게 부임한 부장검사에게는 현안 사건을 철저하게 지휘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과에 집착한 지나친 과잉수사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의욕이 넘치더라도 적법절차를 지키자는 점을 검사들과 수사관들에게 특히 강조했다.” 수사 인력 부족도 그의 업무수행을 힘들게 했다고 한다. “당시 식품의약조사부 검사 TO가 4명이었다. 이 중 1명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파견돼 3명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여건상 모든 사건에 전력투구하기는 어려웠다,” 

검사들과 악전고투 끝에 모 제약사의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은 일부 관련자를 기소하는데 성공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부라도 부조리를 밝혀낸 점은 성과다. 수사 여력이 있었다면 실체적 진실을 더 밝힐 수 있었을 텐데 다소 아쉬움도 남는다.” 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기소한 모 제약사 원료의약품 위장 수입 사건과 다른 제약사 리베이트, 불법임상시험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에게 과거 검사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물어봤다.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사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전비리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기밀이나 보안 사항이 많아 접근이 어려운 분야임에도 수사팀이 합심해 구조적 비리를 밝혀낸 사건이다.” 원전용 제어용 케이블 제조업체, 감리업체 뿐만 아니라, 승인기관과 케이블을 납품 받는 한국수력원자력까지 모두 비리를 저질렀는데 이를 적발해 낸 사건이어서 의미가 깊다고 한다. “당시 50명이 넘는 관계자를 구속했으니 엄청난 규모였다”고 그는 귀띔했다.   

그의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한 건 더 있었다. “지난 2007년 경 자동차부품업체인 L사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검찰 금융수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당시 시세조종 금액이 약 15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었다. 주가조작이 진행 중인 시기에 수사한 ‘패스트트랙’ 사건의 첫 사례였으며, 지금은 일반화된 범죄수익 추징보전명령을 처음 집행한 사건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 교회 신도들 피랍 사건에 묻혀 언론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아 일반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처럼 검사 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 2019년 10월 변호사로 개업했다. 1년간 일했던 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장은 같은 해 8월 경 인사이동으로 떠났다. “이전부터 검사를 그만두고 나면 인생 제2막을 여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이왕이면 50세 이전 열정이 남아 있을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자고 마음먹게 됐다. 공교롭게 현재 근무하는 엘케이파트너스 이경권 대표가 사법연수원 동기고, 부산 동천고등학교 선배였다. 이 대표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고민 끝에 수락했다.” 

그는 엘케이파트너스에서 제약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제약팀에는 의사, 약사 출신 변호사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출신 고문 등이 포진하고 있다. “현재 제약 관련 소송을 7건 진행 중이다. 또 4군데 제약사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실력 있는 고문, 변호사들과 같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향후 헬스케어 볼륨을 키워 중견 법률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 헬스케어 분야 강소로펌으로 인정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인터뷰 내내 강조했듯이 처벌 일변도의 리베이트 대응 방법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소 상반된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그가 어떤 변호사로 법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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