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데이터 확보·신규 고객 유치 등 목적···새 신용평가모델 개발도 가능
제휴 업체 확보 등이 관건···플랫폼 업계 “신규 사업자에게 힘든 시장”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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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신한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시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 사이의 무한 경쟁 시대에 맞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비금융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 신한은행이 곧장 신사업 진출 준비 작업에 착수하며 경쟁사 중 가장 발빠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배달 중개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과 고객들에게 낮은 중개 수수료와 높은 리워드 혜택 등을 제공할 방침이며 그 과정에서 신규 고객 유치, 신용평가모델 고도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미 과포화된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들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오는 7월 배달 중개 플랫폼 서비스 출시 예정···수수료·리워드 혜택 등 기대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7월 출시를 목표로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디지털금융협의회가 은행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첫 번째 추진 사례다. 디지털금융협의회는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 간의 규제차익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은행이 음식 주문, 쇼핑, 부동산서비스 등의 생활 밀착 서비스를 자체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연구 용역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에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지만 신한은행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해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서비스를 출시할 방침이다. 금융위의 신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절차도 이미 지난해 말 완료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신규 서비스를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 인하, 정산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고객들에게는 다양한 결제수단과 리워드 등의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도 배달 중개 서비스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새로운 소상공인 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시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는만큼 별도 앱 개발 여부와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에 혁신 서비스를 신청한 것이 막 통과된 단계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서비스가 제공될지는 알 수 없다”며 “마이데이터 사업 등으로 인해 데이터의 중요성이 보다 커졌기 때문에 신규 데이터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고객들의 리뷰처럼 수치로 분석할 수 없는 비정형데이터들을 신용평가 접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보다 낮은 금리로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서비스가 시장 안착에 성공할 경우 은행의 신규 고객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은행 앱 하나만으로 빅테크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신규 고객 확보도 (플랫폼 비즈니스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배달 중개 플랫폼 시장, 이미 서비스 고도화 경쟁 치열···“WM서비스 등에 집중해야”

여러 기대 효과와는 별개로 아직까지는 은행의 배달 중개 서비스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미 대형 플랫폼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들도 충분히 이뤄져왔기 때문에 은행이 새롭게 수립할 수 있는 전략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신한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는 소상공인들과 제휴를 하고 그들에게 낮은 수수료 혜택을 지원하는 등의 전략을 취할 수 있겠지만 그 수가 얼마나 확보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또한 “다른 앱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은행 앱이 비교적 무거운 것도 문제”라며 “가끔 접속이 몰리면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례도 발생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 배달 중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배달 앱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며 “쿠팡까지 이미 사업에 진출해서 사업이 고도화될만큼 고도화된 사업인데 신규 사업자들이 들어와서 성공을 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배달 중개 플랫폼의 경쟁력은 크게 수수료, 앱의 퀄리티, 확보된 메뉴의 다양성 등에서 갈리는데 저렴한 수수료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은행이) 장점을 갖기 어렵다”며 “이미 지방에서는 많은 공공 딜리버리 앱이 시장 진출을 시도했으나 모두 사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지원과 같은 공익적인 요소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은행권이 플랫폼 비즈니스 부문에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 관련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이기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이사는 “그나마 신규 사업자들이 배달 중개 플랫폼 시장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배달 중개 서비스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업체들을 공략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라며 “대표적으로 청담동 등에 위치해 있는 고급 식당들은 아직까지 배달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만족, 라이더 만족, 식당 만족 등 셋 중 하나의 꼭지라도 확실하게 특장점으로 잡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음식 등의 다른 생활 서비스에 비해 우리나라는 WM(자산관리) 관련 플랫폼이 무주공산인 상태”라며 “은퇴세대나 부모세대들을 대상으로 PB(Private Banking)보다 확대된 개념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다른 분야의 사업보다는 잘하는 분야를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 관계자는 “현재 있는 앱들의 편리성 등을 분석하는 중”이라며 “배달 중개 플랫폼 자체에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를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의 비용 절감은 고객들에 대한 혜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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