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입법은 연기···“근거법 수준 제정 적합, 지원 규모 과도하면 외환위기 우려”
“모든 국민 소득 신고로 손실 파악 인프라 구축···전 국민 고용보험과 연계해야”

기획재정부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당정청 중 유일하게 난색을 표하던 기획재정부가 논의를 시작하면서 손실보상제 법제화도 물밑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손실보상제를 근거법 수준으로 마련해 보상 범위나 수준, 재원 마련 방법 등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손실보상제 도입을 위한 내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원대상, 지원 수준, 지원 기준에 대해 모든 가능한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손실보상제가 포용적 정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손실보상제가 영구적인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추진에 한층 힘을 받게 됐다.  

국회에는 이미 손실보상제 관련 법안들이 올라와 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손실 매출액의 50∼70% 범위에서 보상하자는 특별법을, 같은 당 이동주 의원은 실질소득 손실분의 90%를 지급하자는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영업금지 기간 최저임금과 임대료 전액을 주자는 소상공인 보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손실보상법을 처리, 늦어도 4월 초 피해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들은 법제화 방향과 손실 산정, 보상 방법, 예상 소요 예산 등이 제각각이고 기재부는 거론되는 대안들에 대한 예산 시뮬레이션이나 연구용역 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태였다. 자칫 시간에 쫓껴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처리되면 졸속입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3월 중 4차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 시점 전후로 한 코로나19 피해는 4차 재난지원금으로 대응하고,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손실보상제는 이후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손실보상제 법제화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오지는 않았다. 현재 나온 입법안들을 논의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정부규제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실제 보상 범위나 금액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법에 명시를 하면 재정 부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원 조달도 추경, 기존 예산 조정, 증세, 기금 여유자본 활용, 한국은행의 국채 직매입 등 다양한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근거법 수준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원 규모는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원 규모를 너무 크게 잡으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자본유출이 발생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발권을 통해 조달하면 유동성이 늘어나 부동산 버블 등이 생겨 가난한 사람들이 더 못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산 낭비 없이 피해 정도에 맞는 손실보상을 받기 위해 소득을 파악하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국민이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하도록 해서 나중에 피해자가 신고에 근거해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방안으로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인프라 문제는 전 국민 고용보험과 연계해 구축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현 상황에서 손실 정도를 실시간으로 100%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출과 재정금융을 결합한 선지원 후정산 제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지원 후정산 제도는 피해를 받은 사람이 먼저 금융기관에 상황을 설명한 뒤 대출을 받고 피해 상황이 끝나면 정산하는 것”이라며 “세금 정산을 할 때 피해 정도가 산출되면 거기에 맞춰 일정 부분은 탕감을 해주고 일정 부분은 장기 저리로 대환해 준다. 손실이 없으면 시장 금리에 맞게 내는 것이다.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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