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한투밸류운용 등 지분 1% 이상 보유한 투자자만 12곳
지난해 말 기준 투하 자본 대비 지분 가치 4배 가까이 올라
IPO 시 더 많은 가치 상승 있을 수도···공모주 투자자에겐 엑시트 리스크 우려

신축년 코스피 3000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으로부터 시작된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 단위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크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연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여개 알짜 기업(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윈스토어, 야놀자, 한화종합화학)의 현황과 전망, 핵심 이슈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장을 앞두면서 선제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웃음을 짓고 있다. 설립 당시 자본을 투하했던 주주들은 이미 4배가 넘는 성과를 냈을 정도다. 카카오뱅크가 높은 평가를 받아 기업공개(IPO)가 될 경우 이보다 더 많은 수익이 가능하다. 다만 이들의 지분 일부는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선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리스크가 될 수 있어 IPO 시 락업(보호예수) 여부와 기간을 살펴봐야 할 전망이다. 

◇ 유상증자만 수차례···카카오뱅크와 함께 큰 주주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7월 자본 3000억원으로 세상에 나왔다. 당시 9곳의 투자자들이 출자에 나섰다. 처음 주주 구성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8%로 최대주주였고 카카오(10%)와 국민은행(10%)이 그 뒤를 이었다. 넷마블·서울보증보험·텐센트(Skyblue Luxury Investment Pte.Ltd, 텐센트 100% 자회사)·우정사업본부·이베이코리아는 각각 4% 지분에 투자했고 예스24는 2% 지분을 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총 4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3조원에 가깝게 키웠다.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과 이듬해 4월 각각 50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9년 11월 다시 5000억원 유상증자에 나섰고 같은 해 우리사주조합 신주발행(256억원 규모)도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1조원대(제 3자 5000억원, 주주배정 5000억원)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서 3년만에 자본 규모가 2조8256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지분 변화도 컸다. 특히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은행 설립을 준비할 때 주주들간 체결한 지분 매매 약정에 근거해 카카오가 2019년 당시 한국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지분을 34%로 늘렸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4%-1주로 2대 주주가 됐고, 은행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자회사로 삼거나 5%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4.9% 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넘겼다.

여기에 지난해 말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캐피탈과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각각 25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예스24는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인 아르고펀드에 매각했다. 

이에 따른 지분 변동을 반영하면 최대주주인 카카오의 지분율은 31.78%가 됐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각각 27.1%, 4.67%로 바뀌었다. 이밖에 국민은행(9.35%), 넷마블(3.74%), 서울보증보험(3.74%), 우정사업본부(3.74%), 이베이코리아(3.74%), 텐센트(3.74%), TPG캐피탈(2.61%), 앵커에쿼티파트너스(2.61%), 예스24(1.4%), 기타(1.78%) 등도 조정됐다.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 이미 지분가치 4배 상승···엑시트 우려도↑

올해 IPO 최대어인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이들은 이른바 대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IPO 시 카카오뱅크의 몸값이 최소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데, 납입 자본이 2조825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 가치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말 1조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 전 책정한 1주당 발행가는 2만3500원이었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약 9조5800억원(증자 후 발행 주식 수 4억765만3037주 기준)이다. 이에 따른 카카오의 지분 가치는 3조원 규모다. 콜옵션에 더해 그동안의 유상증자가 지분에 비례해 배정됐던 것으로 추정하면 카카오가 그동안 카카오뱅크에 투하한 자금은 7820억원 수준으로 이미 가치가 4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나머지 다른 주주들 역시 이와 유사한 성과를 낸 상태다.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7820억원 수준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국민은행은 23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넷마블·서울보증보험·텐센트·우정사업본부·이베이는 920억원, 예스24는 460억원(지분 매각 전) 수준으로 이들 모두 현재 지분 가치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올랐다.

만일 카카오뱅크가 앞서 국내 증권사들이 카카오뱅크 IPO 주관사 입찰 당시 내건 것으로 알려진 20조원의 가치를 인정 받는다면, IPO 시 신주발행이 있더라도 이들의 지분가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투자 4년 만에 각각 수천억원과 수조원이 넘는 성과가 눈 앞에 온 것으로 국내 증시에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뱅크 IPO 수혜주 투자 현상까지 나온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는 향후 차익실현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들의 지분 비중이 높아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예스24는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사들인 재무적투자자(FI)들 역시 이들의 계획 보다 좋은 성과를 낼 경우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주주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고 있어 IPO 직후 차익실현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카카오뱅크가 상장을 하게된다면 보다 높은 가격 책정이 가능할 수 있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면서도 “이들 주주 중에선 단순 FI가 아닌 주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매물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공모주 투자에 나설 투자자들은 상장 전 보호예수가 어떻게 설정되는 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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