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등 인프라 정책 늦은 日 정부 “2035년 이후 내연차 판매금지”
日 전기차·배터리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했지만···“내연차 존재감 희석”
‘플라잉카’ 예고 현대차, 애플협력 가능성···K배터리도 안정적 성장세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하이브리드 자동차’ 종주국인 일본이 전기차·배터리 관련 신기술 및 신시장 개척과 관련된 청사진을 속속 공개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다만 그간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온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탓에 시장에 위협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토요타의 ‘프리우스’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종주국 일본이 순수전기차(EV)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쳤다. 예상은 빗나갔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집계한 작년 3분기까지 전기차 판매순위를 보면 테슬라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현대자동차그룹 △BMW그룹 △제네럴모터스(GM) △지리차그룹 △메르세데스-다임러 △BYD그룹 △PSA 등이 10위권에 자리했다.

미국·유럽·한국·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지만 일본의 존재감이 미미함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완성차 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폭스바겐그룹을 위협하는 토요타나, 5위권 안팎을 줄곧 유지한 혼다를 찾아볼 수 없다. 상호출자를 통해 출범한 르노-닛산-미쓰비시그룹이 전기차 판매량 3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는 르노 ‘조에’의 판매호조가 반영된 까닭으로, 일본계인 닛산·미쓰비시가 차지하는 전기차 판매 비중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배터리 업계서도 일본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삼성과 소형전지 시장 세계 1위를 다투던 파나소닉은 중·대형전지 시장출범 초기 강세를 보였다. 테슬라에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했던 효과가 컸다. 테슬라가 중국 기가팩토리를 건립을 계기로 현지의 CATL과 한국의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으로부터 배터리 공급을 받으면서 파나소닉의 존재감이 희석됐다.

두 회사는 파나소닉의 아성을 단숨에 넘어섰다. CATL은 중국 내 전기차·배터리 활성화와 자국의 방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LG는 내수시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뿐 아니라 유럽향 배터리 판매 호조로 파나소닉을 앞질렀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세 업체의 빅3 구조를 거쳐 현재는 CATL·LG 중심의 빅2 체제로 개편된 상태다. 3위 파나소닉과 4·5위(삼성SDI·SK이노베이션)와의 격차도 좁혀지는 실정이다.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공개한 토요타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을 위협할 원동력을 마련했다고 평했지만, 전고체 개발 막바지에 접어든 곳이 토요타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오히려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용화 시기와 기술적으로 확연한 격차를 보이지 못할 경우 토요타가 기존 완성차 시장에서 보인 존재감을 재현하는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대하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업계 전반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만한 기술임엔 틀림없지만, 단순 전기차만으로 경쟁력을 자신할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면서 “애플·구글 등 IT기업들은 자율주행 기반의 전기차 상용화를 예고한 상태며, 현대차는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플라잉카)와 같이 기존 완성차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모빌리티를 개발 중이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과 혼다도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내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다. 파나소닉은 최근 노르웨이에 신규 배터리 공장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삼성·SK 등 한국업체들이 강세를 보여 온 유럽시장은 CATL의 독일공장 가동을 계기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동시에 유럽 내부에서는 아시아산 배터리 의존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배터리 내재화에 힘을 쏟는 양상이다.

혼다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자사의 첫 EV ‘혼다e’를 선보였다. GM과 공동으로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 오는 2024년 혼다 브랜드를 단 신규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GM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축이 된 전략관계에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GM과 MS의 신규 전략관계는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상용화와 관련된 파트너십이 골자다. GM·MS가 주축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혼다가 GM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GM 입장에선 해당 파트너십이 혼다만큼 절실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MS뿐 아니라 다양한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포지셔닝에 도전하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에선 LG와의 협력이 견고해 혼다를 통한 일본 배터리업계의 실익 또한 크지 않을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정부가 오는 2035년 이후부터 내연차량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일본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바빠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관련 시장의 부흥을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고 움직인 경쟁사들에 비해 출발이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정부도 충전소 확충 등과 같은 정책마련에 소홀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비록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앞서고, 파나소닉도 여전히 견고한 점유율을 보이지만 추후 한국기업들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현대차는 애플과의 협력이 유력시 되고 동남아시아 공략을 본격화 할 조짐이며, LG·삼성·SK 등은 북미·유럽 등에 신규 배터리 투자를 감행할 뿐 아니라 현대차에 따른 다양한 수혜도 점쳐지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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