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 터널 붕괴사고, 과실 의혹 불거져
붕괴 전 이상 징후 감지했지만···내부 보강 작업 부실 지적도
“그라우팅 멈춰달라” 협력사 요구에도 공사 이어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지난해 3월 발생한 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 구간의 터널 붕괴 사고가 SK건설의 과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터널 내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지하수 유입과 터널 세그먼트(구조체) 균열·손상 등 이상 징후가 여러 차례 발견됐지만 위험상황 대응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협력사의 작업 중지 요청에도 SK건설은 사고 발생 1시간 전까지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중대재해로 일어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터널 붕괴로 대형 싱크홀···지반복구 작업에 레미콘220대·덤프트럭 2000대분 동원 

지난해 3월 18일 4시 30분, 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 구간의 지하터널이 붕괴됐다. 붕괴된 터널의 길이는 무려 400m(상·하행 각각 200m)가 넘었다. 이 사고로 인해 상부 지반이 함몰되면서 폭 7m, 깊이 20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이 난 자리에는 레미콘 220대 분량의 콘크리트 1300㎡이 타설 됐고, 15톤 덤프트럭 2000대분의 토사 5만2000㎡가 메워졌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2공구 지하 터널 붕괴 구간 / 자료=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 관계자

해당 구간은 SK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는 1·2공구(SK건설), 3·4공구(삼성물산), 5공구(한화건설) 등 5개 공구로 나눠 공사가 진행 중이다. SK건설의 구간을 제외한 모든 공구 공사가 완료된 상태로, 공정률은 97.5%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다음 달로 예정됐던 부전~마산 복선전철의 개통 시기는 무기한 연기됐다. 복구 등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 발생 18일 전부터 이상 징후···기준치 초과하는 지하수 유입 지속

업계에선 터널 붕괴 전 갱내에서 이상 징후가 여러 차례 발견된 만큼 SK건설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번째 이상 징후는 사고 발생 18일 전인 2020년 3월 1일 나타났다. 당시 터널 내부에선 부전~마산 복선전철 상·하행선 터널을 잇는 2공구 내 피난대피터널 굴착이 시작됐다. 하지만 굴착이 시작되자 앞서 시공한 감지공에서 지하수와 토사가 흘러나왔다.

감지공은 안에서 바깥쪽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막장 전방의 상태와 지하수 유입량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지하수가 유입되면 위에 있는 토사가 쓸려 나와 지반침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유입량을 측정해 향후 그라우팅 작업을 진행할지 판단하게 된다. 그라우팅이란 약한 지반에 시멘트를 주입해 터널 주변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동시에 지하수 침투와 지반 침하를 막을 수 있다. 

피난터널 굴착면에선 보강 작업 이후에도 지하수와 토사가 흘러나왔다. 사진은 2020년 3월 8일 지하수와 토사가 유입된 피난터널 굴착면에 톤마대를 쌓는 모습 / 사진=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 관계자

당시 피난터널 감지공에서 흘러나온 지하수 유입량은 관리기준(0.34ℓ/분당)을 초과했다. 현장에선 지하수 유입이 나온 부분을 숏크리트 타설(벽면 안정화를 위해 시멘트 등을 발라놓는 작업)로 보강한 이후 다시 굴착을 시작했다. 그러나 8일 오전 보강하지 않은 부분에서 또다시 토사와 지하수 유입이 과다 발생하게 된다. SK건설은 앞서 시공된 피난터널 주변의 그라우팅의 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추가 그라우팅 작업을 진행했다.

◇“본선터널 영향 우려에도 보강 작업 미흡”

문제는 본선터널 내부 그라우팅 작업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SK건설은 주로 지상에서 지하로 관을 넣어 시멘트를 주입하는 ‘지상보강 그라우팅’을 집중 시공했다. 기술 전문가들은 시멘트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입 압력이 터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터널 내부를 강화하는 ‘갱내 그라우팅’도 함께 실시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지상보강 그라우팅을 하더라도 주입범위가 부족할 경우 지하수 과다 유입될 수 있고, 이 경우 터널이 무너질 위험이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공사에 참여한 한 시공사 관계자는 “지상보강 그라우팅은 방향이 조금만 틀어져도 엉뚱한 곳에 작업이 될 수 있어 지하 구조물에 근접·정밀 시공이 어렵다”며 “아울러 지상보강 그라우팅의 경우 시멘트를 주입할 때 발생하는 압력으로 인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힘이 작용하는 만큼 터널 내부를 강화해야 하는데 갱내 그라우팅 작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보강 그라우팅 작업에도 지하수 유입이 계속되는 등 차수 효과가 미흡하다면 공사를 중단하고 우레탄 등을 활용한 ‘갱내 차수그라우팅’이나 ‘Pipe Roof’ 공법(터널 막장면의 연약층이 존재해 막장면의 붕괴가 우려될 때 단관 파이프를 연결해 보강하는 공법) 등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SK건설이 공사기간 지연을 우려해 내부 그라우팅 작업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갱내에선 문제가 된 피난터널 외에도 본선터널에 대한 굴착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갱내 그라우팅을 시행하기 위해선 본선터널 중간에 기계를 들여놔야 했다. 기계가 들어서면 본선터널 굴착 이후 흙이 나갈 동선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공사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당초 SK건설 본사 기술팀은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갱내 그라우팅도 검토했지만, 결국 지상보강 그라우팅을 선택했다.

◇보강 작업 이후 본선터널 곳곳서 균열·지하수 급증···협력업체 만류에도 공사 강행

3월 10일 본선터널 곳곳에선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 본선터널 세그먼트(구조체) 이음부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그 사이로 지하수 유입이 감지된 것이다. 13일에는 피난터널 부근의 지하수 유입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장화를 신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닥에 지하수가 차올랐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SK건설은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지상보강 그라우팅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사고 전날인 17일,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본선터널에 또다시 균열이 발생하고, 피난터널에선 토사가 섞인 지하수의 유입이 급증했다. 피난터널 굴착면에는 대량의 톤마대가 쌓여있었지만 쏟아지는 지하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같은 날 오후 8시에는 본선터널 세그먼트의 이음부에 단차가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지하수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하수는 성인 허리까지 차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터널이 손상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SK건설은 그라우팅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터널 시공을 맡은 협력업체 사장은 본선터널 세그먼트의 추가적인 손상을 우려해 지상보강 그라우팅 작업을 중지시켜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계속된 그라우팅에도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차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긴박한 상황은 시사저널e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음은 사고 발생 8시간 전인 2020년 3월 17일 20시 46분 터널 시공을 맡은 협력업체 사장과 SK건설 임원(시공사업단장)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협력업체 사장:세그먼트가 파손된 거 보셨죠? 사진으로도 보셨고, 보셨죠?

SK건설 임원:예. 다 봤어요, 다.

협력업체 사장:세그먼트 무너지면 터널 다 무너집니다. 세그먼트가 지금 파손이 됐고, 벌써 떨어져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그리고 그쪽 지역이 모래 층이거든요.

SK건설 임원:예

협력업체 사장:풍화함, 암반층 같으면 세그먼트가 떨어져 나가도 터널 홀이 유지되는 데, 모래층은 바로 흘러나옵니다.

SK건설 임원:예

협력업체 사장:우리가 지금 공들이는 터널 다 무너집니다. 그런데 그 세그먼트가 지금 그렇게 깨졌는데, 보강을 해 주고 그 뒤에 절차를 밟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SK건설 임원:세그먼트를 뭘로 보강할 건데요, 지금?

헙력업체 사장:세그먼트가 깨졌으니까, 일단 스트러트라도 먼저 대자는 거죠. 저는 링빔을 만들라고 했는데, 링빔 만드는 게 하루이틀 시간이 걸리니까 일단 세그먼트가 더 이상 깨지지 않도록 스트러트를 대더라도, 더 이상 변이가 안 되도록 막아주는 조치를 취해야 할 거 아닙니까.

협력업체 사장:최소한 어느 정도라도 조치를 해놓고 그 뒤에 그라우팅을 해야지 지금 이런 상태에서 놔두고 계속 그라우팅 하면 뒤에 배면 압력만 더 들어오면, 세그먼트 다 깨지고 이제 모래층 안으로 물하고 다 들어오면 어떻게 할겁니까.

SK건설 임원:스트러트 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지금?

협력업체 사장:네. 세그먼트를 보강 먼저 하자는건데, 지금 뭐 그라우팅 먼저 하자는데 나는 그거 좀 영 의견이 틀리거든요. 우선 지금 다른 거 다 놔두고 세그먼트 보강부터 먼저하고 합시다.

SK건설 임원:그러니까

협력업체 사장:한숨 좀 편하게 두 다리 뻗고 잘 때라도 잘 수 있게끔 지금이라도. 지금 근데 문제는 그라우팅 작업하고 세그먼트 보강 작업을 동시에 같이 못 해요. 직원들이 위험하고 안에 들어가 있으면 물 떨어지고 하기 때문에.

SK건설 임원:예

협력업체 사장:지금이라도 그라우팅 작업 중지를 해 주시면 밤, 밤 작업을 해서라도 보강을 우리가 스트러트를 걸치더라도 그렇게 해놓겠단 말입니다. 보강 해놓고 좀 합시다.

SK건설 임원:그렇게 하는 건 좋은데요. 스트러트를 안에 대려면 물을 어느 정도 잡고 펌핑이 돼야 작업, 대차가 들어가도 들어갈 거 아닙니까.

협력업체 사장:지금 현재 물이 거의 한 5분의 1 밑에 고여 있는데 지금 물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 물을 잡는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오히려 물이 그 이상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어렵지만 해야되는 거 아니냐 그 말이죠.

SK건설 임원:그렇죠. 그렇게 하시는데 그 작업을 하려면 물을 어느 정도 잡아야 펌핑이 가능하고 그게 작업 대차가 들어가고 이렇게 들어갈 건데 그게 안 되니까 하는 소리죠.

협력업체 사장:그게 되고 안되고는 우리가 할게요.

SK건설 임원:맞는 말씀인데.

협력업체 사장:그라우팅 그만하고 지금 이 상태에서라도 보강을 해줘야 되든데도 그래. 안 그러면 지금 물이 더 차이고 하면 우짤 겁니까? 이제 손도 발도 아무것도 안 되는데. 이 상태에서 더 이상 진전이 변이가 안 되도록 보강을 해놓고 나서라도 뭐 물을 빼든지 뭐하든지 하고 사람이 뭐 짊어지고 항시 들고 가더라도 해야 될 거 아닙니까, 지금은.

SK건설 임원:그렇죠, 그렇게 해야죠. 하~일단 알겠어요. 제가,

협력업체 사장:그래 조치를 좀 해 주세요, 그래 조치를. 우리 직원들 바로 걸어서라도 바로 할게요.

SK건설 임원:예예, 알겠습니다.

통화가 끝난 이후에도 SK건설은 협력업체의 요청을 무시한 채 그라우팅 작업을 강행했다. 사고 발생 1시간 전까지 이뤄진 작업은 터널 내부에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지하수 유입이 돼서야 멈췄다. 이후 3월 18일 오전 4시 30분 상선 터널이 무너졌다. 이어 오후 21시에는 하선에서 2차 붕괴가 발생했다. 총 400m에 달하는 구간이 손상됐다. 사고 발생 직전 터널 안팎 근로자들이 긴급 대피하면서 인명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반이 함몰되면서 지상보강 그라우팅 장비 1대가 유실됐다.  

SK건설은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원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토부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사업은 부산 부전과 경남 창원 마산까지 이동 시간을 단축해주는 영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핵심 사업이다. 민자 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여러 건설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스마트레일(주관사 SK건설)이 시행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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