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법 대비 공사기간 50% 단축···짜투리땅에도 공급
영국 해외에선 대중화···싱가포르에선 40층 아파트도 ‘뚝딱’
변창흠 장관 “공공 넘어 민간에도 모듈러 주택 활성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다음 달 신속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속도가 강점인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자재와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현장에서 레고 블록을 맞추는 조립식 건물이다. 공사기간이 기존 공법의 절반에 불과해 입주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데다 규모가 작은 자투리땅에도 건설이 가능해 주택공급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택공급 방안은 얼마나 빠르게, 많이 공급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 역시 두 가지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부동산의 공급을 특별하게 늘려 공급 부족에 대한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신속한 주택 공급 방안’이 담긴 정책을 설 이전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모듈러 주택은 문·벽·창틀 등으로 구성된 건물 모듈을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물이다. 사진은 GS건설이 모듈러 공법을 적용 중인 공사현장에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콘크리트 벽체를 이동시키는 모습. / 사진=GS건설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모듈러 주택은 주택방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모듈러 주택은 최신 주택 건설 기술로 공장에서 문·벽·창틀 등으로 구성된 건물 모듈을 공장에서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물이다. 레고처럼 모듈을 쌓거나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공법 대비 50% 이상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병상이 부족했던 중국 우한에선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열흘 만에 2300개 병상 규모의 병원을 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장에서 제작되는 만큼 인건비도 절감돼 공사비용은 기존 방식보다 30~40% 줄어든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모듈러 공법을 활용하면 공사기간 단축으로 입주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도시 곳곳의 자투리 토지에도 공급할 수 있다”며 “소음·분진 민원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건물을 해체할 때에도 구조체를 재사용할 수 있어 폐기물이 덜 나오며 친환경적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모듈러 주택의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다. 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에서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모듈러 주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주택도시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의 발주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민간이 자발적으로 모듈러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듈러 주택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연간 12만~15만가구(전체 주택 공급의 15% 차지)가 모듈러 주택으로 지어지고 있으며, 미국에선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1000만 가구가 모듈러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선 콘크리트 기반의 모듈러 공법으로 40층 짜리 아파트를 지었고, 유럽·미국은 각각 49층·55층 모듈러 건물을 계획 중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 모듈러 건설을 전략과제로 설정하고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난 2017년 공급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국내 첫 모듈러 행복주택 내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선 공공기관 중심으로 모듈러 주택이 공급돼 왔다. LH는 2017년 서울 가양동에서 모듈러 주택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공급 물량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3개 지구, 708가구 규모의 모듈러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했고 올해는 역세권 중심으로 사업 부지를 물색 중이다. 아울러 3기 신도시에도 모듈러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H는 이달 말 서울 구로구에 220가구 규모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어 990가구 중 500가구를 모듈로 주택으로 공급하는 중랑구 ‘신내콤팩트시티’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최고 15층 높이의 모듈러 주택으로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모듈러 주택에 관심이 높아진 만큼 민간이 공급하는 모듈러 주택 규모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영국 모듈러 주택 기업 두 곳을 잇따라 인수하며 모듈러 주택 건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은 건물의 자재와 구조체 등을 사전 제작한 뒤 건설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술을 다루는 OSC(Off-Site Construction, 탈현장화)팀을 올해 정식 출범했다. 삼성물산 역시 신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면서 그 아래 모듈러팀을 만들고 연구개발에 나섰고, SK건설은 모듈러 제작·시공 전문업체인 유창이앤씨와 지난 2월 상생·기술협략 MOU 이후 건설 현장에 모듈러 기술을 도입 중이다.

그간 조립식인 모듈러 주택이 조립식 주택인 만큼 안전성이 취약하다는 등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스마트 기술과 보완 공법 개발로 관련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빌딩정보모델링(BIM),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으로 모듈러 주택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며 “해외에선 이미 대중화된 주택 건설 공법인만큼,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서도 모듈러 주택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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