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바리·JMU 합작사 ‘니혼 십야드’ 설립···日언론 “격차 줄이기 힘들어”
中 세계 최대 규모 조선사 탄생시켰지만···자국 내 수주비율 여전히 높아
글로벌 기술·경쟁력 1위 韓···“중국·일본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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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조선업 패권을 놓고 한국과 경쟁 중인 중국에 이어 일본 조선사들도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빅딜과 유사한 방식의 조선업 재편을 통해 나름의 경쟁력을 강구하겠다는 취지다.

1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 조선업계 1위 이마바리조선과 2위 저팬 마린 유나이티드(JMU)가 선박을 공동으로 설계·영업하는 신규법인 ‘니혼 십야드(Nihon Shipyard·NST)’를 설립했다. 이마바리조선이 51%, JMU가 49% 각각 투자했다. 법인명(니혼·일본)에서도 드러나듯이 자국 조선 산업을 대표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일본의 이번 합작사 설립은 표면적으로 한국·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과거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권국이던 일본은 1990년대 접어들면서 한국 조선사들에 속속 추월당했고 2000년 이후에는 중국에도 밀렸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선박수주량은 137만CGT로 3위를 기록했다. 1·2위는 한국·중국이 차지했다.

순위는 3위지만 수주량에서 보면 한국(819만CGT)·중국(793만CGT)을 한참 밑돈다. 기술력은 물론이고 물량에서도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합병을 통해 나름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행보다. 양사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하며 유조선·컨테이너선·운반선 등 분야에서 일본 조선 경쟁력의 명맥을 잇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할지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마바리·JMU 등이 일본 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합병만으로 한국·중국과의 격차가 간단히 메워질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역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심사절차가 진행 중이며, 중국도 지난해 10월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와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의 합병이 공표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총 6개 심사국 중 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 등으로부터 승인 결과를 얻어냈으며, 한국·유럽연합(EU)·일본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6개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내야 하는 탓에 이르면 올 상반기 최종 합병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대형 조선사 빅딜을 추진 중인 중국도 복수의 심사국으로부터 결합심사를 받아야하는 처지다. 승인이 완료될 경우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대 조선사로 거듭나게 된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중국·일본 등의 이번 합병을 놓고 일종의 도전장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중국의 경우 규모 면에선 세계 최고지만 자국 내 수주비율이 높고,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각종 기술력에 있어선 한국에 아직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합병 조선사의 경우 규모 면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에 미치지 못한다.

신동원 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조선관련 학과가 잇따라 폐강하며 산업·학계 전반이 위축돼 신규 엔지니어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을 정도”라면서 “규모의 경제에 밀릴 경우 자국 내 수주도 장담하지 못할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 노하우를 지닌 일본 조선사들이 수년 전부터 중국과의 기술교류를 이어오고 있어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중·일 연합전선이 구축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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