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보장에도 금융주는 일제히 상승···미국發 인플레이션 전망 확산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상승→은행 순이자마진 증가 공식
첫 기준금리 인상할 때까지 금융주 주가 상승 전망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증시가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주 상승 배경은 인플레이션이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은행지수는 전날보다 2.71% 상승한 663.63으로 장을 마치며 지난해 2월7일 662.89 이후 처음으로 660선을 회복했다.

KRX은행지수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8개 은행주로 만든 지수로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국내 4대 금융지주 주가 역시 모두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전날보다 2.38% 상승한 4만73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3.32% 상승한 3만42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하나금융도 2.68% 오른 4만200원으로 장을 끝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3.40% 뛰며 1만원선을 회복했다.

코스피 지수가 최근 이틀 동안 횡보하면서 제자리 걸음(3148.45→3148.29)한 점을 고려하면 금융주의 상승세가 돋보인다고 볼 수 있다.

금융주 상승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른 금리인상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데 대출금리는 금리인상 분을 전부 반영시키지만 예금은 전체의 30~40%가량이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저비용 예금’이기에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올해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은 본격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일별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는 손익분기 인플레이션(BEI)이 있는데 국고채 금리에서 같은 만기의 물가연동국채의 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미국 기준 10년 BEI는 지난 7일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2.10%까지 상승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전망 확산은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격차로도 드러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 종가기준 1.1274%로 올해 들어 약 21bp(1bp=0.01%p) 급등하며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2bp 상승에 그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년 국채 금리가 정체한 상황에서 10년 국채금리만 급등하는 현상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강한 기대감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10년 국채 금리를 중심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국 중앙은행이 당초 계획보다 빠른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이날 애틀랜타 로터리클럽 주최로 열린 원격 질의응답 행사에서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역시 미국처럼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한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저물가 기저효과와 각국 정부의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 뒷받침을 통한 소득 보전과 풍부한 유동성 환경 조성, 수요·공급간 불일치 효과로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우세하다”며 “올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이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금융주는 당분간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되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9년부터 이어지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난 2020년 5월 기준금리 인하를 마지막으로 종료되었다고 판단한다”며 “과거를 살펴보면 기준금리인하 사이클 종료 이후부터 첫 기준금리 인상까지 구간에서 은행업 주가가 항상 급등했었다”고 분석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도 “은행들의 실적이 발표되는 1월 후반에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호재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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