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최초 연매출 3조원 달성 유력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이미지=시사저널e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이미지=시사저널e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경제는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비대면 환경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앞으로 3편에 걸쳐 국내 게임 빅3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새해 전략을 분석한다.[편집자주]

넥슨이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말부터 시작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넥슨의 체질개선을 이끈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의 연임 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남은 과제는 신사업 안착이다. 넥슨은 최근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게임과 금융의 연결을 통해 사업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게임외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넥슨도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감 잡은 넥슨, ‘선택과 집중’ 전략 통했다

넥슨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는 등 다양성 실험에 주력해 왔다. 해당 게임들의 경우, 기존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8년 취임 당시 “넥슨의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다양성”이라며, 넥슨만의 문화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넥슨은 자회사를 포함한 신규 개발 조직을 독립적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했다. 각 조직의 개발 철학과 개성에 기반한 창의적 게임 개발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개발 스튜디오에 프로젝트 신설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자율적 권한을 부여했다. 이 역시 다양성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 2019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넥슨의 다양성 실험은 막을 내렸다. 수많은 신작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후 넥슨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 ‘페리아 연대기’ 등 그동안 진행 중이던 신규 게임 프로젝트들을 대거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넥슨의 다양성 있는 게임 개발을 이끌었던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마저 넥슨을 떠났다.

넥슨은 이후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V4’, ‘바람의나라:연’, ‘카트라이더:러쉬플러스’ 등 다수의 신작 모바일게임이 장기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바람의나라:연의 경우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까지 오르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크게 위협하기도 했다.

게임업계는 넥슨이 모바일시장에 대해 드디어 ‘감을 잡았다’고 평가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모바일시장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게임을 출시해야 흥행하는지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모바일게임 성공으로 넥슨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넥슨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2조5200억원으로, 성수기인 4분기 실적이 더해질 경우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이달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정헌 대표의 연임 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해는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통해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 예상된다. 중국에서 사전예약자 수 6000만명을 기록한 만큼, 출시 후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가다.

◇신사업 속도내는 경쟁사들...금융-게임 시너지 노려

최근 승승장구하는 넥슨에게도 과제는 있다. 바로 성공적인 신사업 안착이다. 최근 게임시장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 위주로 점차 바뀌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공통적인 걱정은 ‘게임을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게임사 고위관계자는 “요즘 10대들은 트위치나 유튜브를 통해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지, 직접 게임하는 걸 즐기지는 않는다”며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게임사들은 몇년전부터 게임외 신사업 발굴에 상당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넷마블의 경우 지난 2019년 12월 국내 렌탈 시장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했으며, 엔씨소프트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설립, 본격적으로 엔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중소게임사들은 가상화폐 채굴, 드론 개발 등 다각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넥슨도 최근 게임·금융을 결합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의 주요 업무협약 내용은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기반의 신규 사업모델 발굴 ▲금융 인프라 기반의 결제사업 추진 ▲게임과 금융을 연계한 콘텐츠 개발 및 공동마케팅 ▲공동의 미래사업 추진 등이다.

특히 이번 신사업은 넥슨의 차기 리더로 손꼽히는 강대현 부사장이 이끄는 인텔리전스랩스가 주도하는 만큼, 넥슨의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된다. 인텔리전스랩스는 넥슨의 AI 전문 연구조직으로 그동안 축적된 넥슨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분석,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NXC는 지난해 3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아퀴스는 대화형 기반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접목해 투자자들이 자산을 직접 키우고 가꾸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아퀴스 대표로는 김성민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개발실장이 선임됐다. 

전문가들은 아퀴스와 최근 신한은행과의 협업 등을 통해 넥슨이 게임-금융 결합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만들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최근 자산관리 시장으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경쟁사가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넥슨도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올해부터는 게임사들간 신사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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