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마스크 수출계약 공시 철회···허위공시 논란에 중국자본 배후설 부각
중국기업·자본의 회계부정과 상장폐지도 지속···국내 증시도 '중국포비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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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엘아이에스가 공시했던 1조원 규모 마스크 수출계약이 결국 없었던 일이 되면서 허위공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엘아이에스가 지난해 중국자본에 넘어간 이후 이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며 이른바 ‘중국기업 포비아’를 소환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기업들이 국내증시에 상장된 이후 전적은 화려하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중국기업의 상장을 막아놨지만 중국자본의 우회상장 및 활동은 여전히 가능한 상태다.

◇ '허위공시 논란' 엘아이에스, 어쩌다 中기업 됐나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엘아이에스에 대한 벌점부과 여부는 1월19일까지 열리는 공시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엘아이에스를 공시번복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한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벌점은 최대 12점까지 부과할 수 있고 벌점이 8점을 넘으면 하루 거래정지된다”며 “1년 이내에 누적벌점이 15점을 넘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데 엘아이에스는 현재 벌점이 0점이라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아이에스는 지난 16일 장중 태국 더블에이그룹에 9817억원 규모의 KF94 마스크 상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의 7배에 이르는 대규모 계약이었다.

전날인 15일 엘아이에스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기에 마스크 수출계약 소식은 전형적인 재료노출로 여겨졌다. 16일에도 엘아이에스 주가는 10.53%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더블에이가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부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일단 엘아이에스의 주식거래를 정지시켰는데 23일 장마감 이후 엘아이에스는 “입금되기로 한 계약금(490억원)이 미입금됐기에 계약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은 엘아이에스가 지난해 중국자본에 넘어간 것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엘아이에스는 지난해 중국 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야웨이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다.

당초 엘아이에스는 국내 회사였다. 2003년 설립된 레이저 응용기기 전문기업 엘티에스가 전신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셀 실링 관련 장비를 독점공급하던 업체였다. 코스닥에는 2011년 6월 상장했다.

하지만 2011~2013년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납품처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사업적으로 마찰을 겪었다. 이후 중국 수출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2014년에는 최대주주 박홍진 대표가 중국계 회사인 에이치씨자산관리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사명이 엘아이에스로 변경되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업체인 화청여행사와 사후면세점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배우 견미리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최대주주는 다시 수인코스메틱으로 변경됐다. 지난해에는 다시 중국 야웨이(Yawei)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 '야웨이정밀레이저코리아'가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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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기업 포비아, 다시 확산되나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 커피의 회계부정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에서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저하된 상태다.

국내증시 역시 반복되는 회계부정과 상장폐지로 중국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2007년 8월 3노드디지탈이 중국기업 최초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이후 24개의 중국기업이 상장에 성공했지만 현재 정상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종목은 9개에 불과하다.

특히 2011년 상장한 중국고섬이 상장 이후 2개월만에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르면서 상장폐지된 ‘고섬사태’는 중국기업들에 대한 신뢰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후 중국원양자원 등이 거짓으로 소송을 당했다고 허위공시를 하는 등 대부분 중국기업들은 이른바 '사고'를 치면서 퇴출수순을 밟았다.

중국기업들은 지주사를 홍콩과 케이만군도에 설립하고 이를 국내증시에 상장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규정을 바꿔 해외기업의 지주사 상장은 지주사 소재지가 한국에 있을 때만 허용하기로 변경하면서 사실상 중국기업의 상장을 막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중국자본의 코스닥 상장사 인수나 우회상장 등은 막아놓지 않았기에 중국자본의 국내증시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코스닥에 상장한 SNK의 경우에도 일본회사지만 대주주가 중국계라 사실상 중국회사다. SNK는 당시 공모가 밴드 상단인 주당 4만400원으로 결정되며 1697억원을 조달했는데 상장 1년 후인 올해 6월 주당 3332원, 총액 684억원이라는 폭탄배당을 실시했다. SNK 연간 순이익이 200~300억원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배당금을 공모자금으로 마련했다는 평가도 크게 틀리지 않는 셈이다.

SNK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설립한 ‘미스크 재단’이 지분 33.3%를 인수했으며 이후 지분을 5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각대금은 내년 1월12일 입금 예정이라고 공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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