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대항마로 주목...전 세계 가입자 8000만명 확보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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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월트디즈니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 것에 이어 조직 개편도 마무리했다. OTT업계는 내년 상반기 중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정식 출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의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엄청난 자체 인기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넷플릭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진출 공식 선언한 디즈니 플러스...가족·아동용 콘텐츠 강점

월트디즈니는 최근 ‘투자자 데이’ 행사에서 새해 한국, 동유럽, 홍콩 등에 디즈니플러스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진출 방식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7일에는 루크 강 전 북아시아 지역 총괄 대표가 월트디즈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으로 선임돼 한국을 비롯한 범중화권(중국, 홍콩, 대만), 일본,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OTT업계는 조직 개편을 계기로 디즈니가 한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를 비롯해 마블, 픽사, 21세기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제작한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8000여 편의 콘텐츠를 보유한 글로벌 OTT다. 지난해 11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전 세계로 서비스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8680만명 가입자를 확보해 당초 5년 동안 모으려던 목표 가입자(6900만 명)를 1년 만에 초과 달성했다. 전 세계 2억명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비해 아직은 가입자가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단기간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디즈니플러스 강점은 디즈니. 마블, 픽사 등이 제작한 8000여편의 자체 제작 콘텐츠다. 한달 이용료 역시 6달러 99센트(한화 약 8000원)로 넷플릭스 기본 이용료인 8달러99센트(약 9800원)보다 저렴하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출시에 맞춰,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디즈니 IP 관련 영화 계약을 지난 9월 이후 연장하지 않았다. 이후 넷플릭스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마블 IP 관련 영화들이 대거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본격 진출할 경우, 국내 아동용 콘텐츠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겨울왕국’, ‘토이스토리’ 등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디즈니와 적극적으로 손을 잡으려는 이유도 자사 IPTV 서비스 인기 콘텐츠 중 상당수가 아동용 콘텐츠인 영향이 크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성인 상당수가 어릴때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왔던 만큼, 디즈니플러스의 아동용 콘텐츠는 상당한 파급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며 “처음에는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다가 향후 국내 업체들과 서서히 제휴를 맺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역별 다양성은 부족해...성인 콘텐츠 제약도 약점

디즈니플러스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 달리, 자사 보유 IP를 소재로한 독점작 위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각 지역별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디즈니가 보유한 인기 IP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가능한 전략이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넷플릭스에게 상대적으로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넷플릭스는 각 나라에 출시한 서비스에 그 나라의 인기 영화나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채워넣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해당 전략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국내 넷플릭스의 경우 시청률 상위 콘텐츠 중 다수가 CJ ENM과 JTBC에서 제작한 국내 콘텐츠들이며, 넷플릭스는 해당 콘텐츠를 전 세계에 적극 소개했다. 이렇게 각 나라 인기 콘텐츠들이 한데 모이면서, 넷플릭스는 그 어떤 OTT 플랫폼보다도 뛰어난 다양성을 자랑한다. 

OTT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국내 인기 드라마에 대해 수백억원의 이용료를 제시할 정도로 각 나라별 콘텐츠 수급에 적극적”이라며 “워낙 단가가 높아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스타워즈 등 다수의 마니아가 존재하는 인기 IP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지만, 각 나라별 색채가 강한 콘텐츠들은 보유하진 못했다. 비슷한 문화권인 서구권과 달리 아시아 지역은 자신들의 문화가 배제된 콘텐츠에 대해 이용자들이 큰 호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다른 약점은 성인 콘텐츠다. 디즈니플러스는 기본적으로 전체 이용가 콘텐츠에 중점을 둔 OTT 서비스다. 아동·가족용 콘텐츠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성인용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약점을 갖는다. OTT 서비스 이용자들 상당수가 성인이라는 점에서 성인용 콘텐츠의 부재는 큰 단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디즈니의 경우 15세 이상 콘텐츠는 ‘훌루’라는 또다른 합작 OTT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최근 훌루가 진출하지 못한 나라에 대해 ‘스타’라는 추가 플랫폼을 런칭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추가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OTT업계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의 흥행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콘텐츠 제휴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의 흥행 가능성은 사실상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넷플릭스도 진출 초기에는 인기가 없다가 한국형 좀비 드라마로 불리는 ‘킹덤’을 통해 반등에 성공한 경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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