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레이더·블립 만든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인터뷰···IT기술로 전세계 K팝·아티스트 데이터 플랫폼 제공
"K팝팬들 만나보니 플랫폼과 정보가 많아 한눈에 보기 힘들다 토로···블립은 팬들에게 초점 맞춰진 서비스"
"문화예술의 패러다임 변화는 필연적···코로나19로 변화하는 시점 더 빨리왔다"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서울숲점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PD
김홍기 스페이스오디티 대표가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서울숲점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강수지 PD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팬덤은 발전하고 있다. 90년대에는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은 아이돌 팬들이 대표적인 팬덤으로 불렸다. 지금은 팬덤의 범위가 넓어졌다. 국가나 나이,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에서 방탄소년단과 갓세븐을 외치고, 60대도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에 가입해 콘서트에 다닌다. 음악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들어온 이후 팬덤의 경계는 무너졌다.

코로나19로 팬들은 온라인에 더욱 집결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온라인으로 팬덤을 응집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전세계 온라인 데이터를 통해 케이팝과 아티스트의 동향을 알려주는 ‘케이팝레이더’, 아티스트 정보 공유 플랫폼 ‘블립’ 등을 론칭했다. IT기술, 데이터로 콘텐츠에 다가간 셈이다.

원래 스페이스오디티는 ‘소속가수없는 음악 회사’로 유명했다. 스페이스오디티가 기획한 음원들은 대부분 음원사이트에서 화제를 모았다. 멜론브랜디드필름이나 네이버 온스테이지 디깅클럽, 디뮤지엄 전시 OST 등 다양한 협업으로 음악 콘텐츠들을 만들었다. 하나의 콘텐츠가 성공하자 물밀 듯 작업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스페이스오디티를 이끄는 김홍기 대표는 20년 넘게 음악 관련 업계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콘서트 일부터 시작해 네이버, 카카오, 딩고(메이크어스)를 거쳐왔다. 지금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음악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김 대표의 목표다. ‘K팝 팬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나봤다. 

음악 콘텐츠를 만들다가 지난해 8월 케이팝레이더를 론칭했다. 팬덤 규모와 변화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팬덤 데이터 관측기를 어떻게 구상했나.

스페이스오디티의 시작은 데이터였다. 마케팅, 음원 역주행 현상을 보며 음악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음악 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창업할 때부터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데이터를 중요하게 다루는 회사가 목표였다. 음악을 소비하는 입장인 팬덤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K팝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아무리 검색해봐도 K팝 팬덤이 몇 명인지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팬덤도 하나의 산업인데, 데이터 자체가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팬덤 데이터를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팬은 기준이 애매한 영역이다. 좋아하는 감정을 셀 수 없지 않나. 케이팝레이더는 국내 아이돌 가수, 힙합 래퍼, 싱어송라이터, 인디뮤지션의 온라인 SNS와 유튜브, 팬카페 회원수 등 여러가지 데이터를 수집해 그걸 하나의 대시보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케이팝레이더의 주요 수요층은.

음악업계에서 오래 일한 덕에 음악 데이터에 대한 니즈(Needs)가 많다는 것은 알았다. 케이팝레이더가 나오기 전에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은 뮤직비디오 증가 추이나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를 매일 수기로 기록했다. 광고, 공연, 기획사 등 업계 사람들이 케이팝레이더를 활용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설이 맞았다. 기획사에 찾아갔다가 케이팝레이더를 보며 회의하는 모습도 봤다. 데이터 누락이 발생하면 회사가 연락을 해주기도 한다.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도 연락이 왔다. 문제는 ‘팬들에게 케이팝레이더가 필요할까’였다. 예상과 달리 팬들이 더 적극적으로 케이팝레이더를 확인하고 아티스트의 동향을 살핀다. 전세계 팬들이 우리에게 아티스트를 추가해달라, 정보 업데이트를 해달라 요청을 하고 있다. 60%는 해외 팬들이다. 음악 데이터는 업계 관계자 외에 팬덤에게도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최근 케이팝레이더가 보여준 이슈는 무엇이었나.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는 주간 케이팝레이더, 월간 케이팝레이더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어서 데이터를 많이 보게 된다. 최근 이슈는 눈에 띄는 데이터를 보여준 2020년 라이징 아티스트들이다. 최근 트위터와 10년 간 K팝 역사를 정리한 한 ‘#KpopTwitter 2020 월드 맵’을 함께 발표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화상회의만 25번 넘게 했다. 트위터 데이터를 활용해 성장 그래프를 만들어보니 성공한 스타트업처럼 K팝이 10년간 ‘J곡선’을 그렸더라.

기자가 직접 다운받은 스페이스오디티의 블립 앱. 아티스트의 정보와 스케줄, 이슈를 모아보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기자가 직접 다운받은 스페이스오디티의 블립 앱. 아티스트의 정보와 스케줄, 이슈를 모아보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케이팝레이더에 이어 팬덤에 더 초점을 맞춘 블립이 올해 6월에 나왔다.

사실 케이팝레이터가 먼저 공개됐지만 블립이 더 오래 준비한 서비스다. 블립은 3년 반 전부터 구상했다. 아티스트의 정보를 모아볼 수 있는 서비스 자체가 당시엔 존재하지 않았다. 앱 개발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팀빌딩도 시간이 걸렸다. 블립은 레이더에 잡힌 점을 의미한다. 케이팝레이더는 600여팀의 K팝 아티스트를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서비스라면, 블립은 저 별을 세밀하게 보는 현미경이다.

블립은 전세계 K팝 팬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팬덤이 옛날보다는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덕질하기는 어렵다. 앱을 준비하며 온라인 설문조사로 500명, 대면 인터뷰로 100명을 만났다. 공통적인 불만이 “너무 많은 플랫폼이 있어 어떤 것을 봐야할지 모르겠고,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보는 것도 힘들다”였다. 팬들이 ‘일상이 덕질을 방해한다’고 말하지 않나. 가수에 집중하고 싶은데 일도 바쁘고 방해요소가 많다. 용어도 어렵고 콘텐츠를 알려주는 덕메이트(함께 팬 활동을 하는 친구)도 주변에 없다. 블립은 혼자 ‘입덕’할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다. 편리하고 재미있게 덕질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다.

팔로우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어떻게 선정하나. 갓세븐, 블랙핑크, 오마이걸, 비투비 등 아티스트 등이 많다.

팬분들이 블립에 추가해달라고 문의를 한다. 비공개 베타서비스 때부터 아티스트 추가 오픈해달라는 문의가 수천건씩 왔다. 오픈 요청 수 등을 보며 아티스트들을 선정하고 있다. 블립에서는 아티스트를 두 팀까지 팔로우할 수 있다. (아이돌 박애주의자는 슬퍼할 수 있겠다는 질문에) 블립은 레퍼런스가 존재하지 않아서 최소한의 기능을 공개하고 그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반영하며 만들어졌다. 대부분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 외에는 관심이 없어 팔로우 수를 제한하게 됐다. 요청에 따라 아티스트 추가 등은 고민할 계획이다.

오픈한 지 5개월 됐다. 블립 반응은 어떤가.

수치적인 결과는 만들어 가고 있고, 현재는 성장세다. 출시 한달만에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오늘의앱으로 선정됐다. 해외 사용자도 40%나 된다. 선택의 여지없이 해외진출을 해버린 셈이다. 유료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블립을 사용하는 팬덤들의 격한 후기들이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오고 있다. 처음 블립 베타서비스를 썼던 팬들 중 한명이 ‘블립은 찐덕후들이 만든 앱이다’라는 후기를 적었더라. 팬들이 드디어 인정해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도중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팬들의 마음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그들의 불편함을 같이 고민해서 해결해주는 친구같은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 최근에는 블립 백일잔치를 하며 ‘덕질 블립키트’를 만들었다. 우리의 마음이 전달됐으면 하는 생각에 만들어진 상품이다.

최근 IT기업과 대형 기획사가 팬덤 앱을 론칭하고 있다. 블립의 경쟁력은.

하나의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이 있지 않나. 배달, 명함, 뷰티 등 각각 선두 서비스가 있다. 3년 반 전 블립을 개발할 때는 팬덤 플랫폼이 없었다. 블립으로 팬덤 카테고리의 대표 서비스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팬덤이 글로벌하게 확장되고, IT기술도 함께 성장해 팬덤 플랫폼이 많이 나오게 됐다. 네이버, 빅히트, NC소프트 등 대기업들이 팬덤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블립의 경쟁력은 시작부터 명확하게 팬만 바라보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케이팝레이더는 팬덤 규모와 변화량을 감지하고 트렌드를 읽어주는 서비스이고, 블립은 팬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응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양한 팬덤 앱 사이에서도 블립만의 지향점이 뚜렷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공연예술이 많은 타격을 입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공연예술이 많이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코로나19로 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스페이스오디티도 힘든 한 해였다. 음악 업계에서 오프라인과 관련된 매출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오프라인 시장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공연예술, 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플랫폼 전환은 필연적인 문제다. 문화예술 콘텐츠는 끊임없이 변화했다. 가수가 라이브가 아닌 LP판에 녹음을 한 것도 인류 역사상 혁신적인 변화였다. CD, DVD, 블루레이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직접 소장할 수 있게 된 것도 혁신의 일종이었다. 불과 100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은 음악이나 콘텐츠를 소장하고 다시 꺼내서 재생하는 일도 이미 과거의 행동이 되지 않았나. 문화예술 패러다임이 천천히 변화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하는 시점을 더 빨리 맞이하고 있다.

스페이스오디티만의 비전은.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스페이스오디티를 창업하면서 내세운 문구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회사의 비전이다. 나도 어릴 때 음악으로부터 작은 위로부터 큰 용기를 받았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전통적인 음악 회사가 아니다. 문화예술 콘텐츠가 IT기술, 데이터와 결합되면 어떤 가치와 미래를 만들까라는 기대감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지금이 우리 비전을 펼칠 수 있는 시기다. 코로나19로 우울한 시대지만 음악으로 많은 분들을 위로하고, 본인이 사랑하는 아티스트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내년 계획은.

스타트업은 성장주기가 있다. 창업 3년차에 성장통을 겪었다. 지난해 12월은 태어나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2020년이 공포처럼 느껴졌다. 오래 준비한 앱이 언제 세상에 나올지 불투명했던 탓이다. 하지만 다행히 블립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좋은 시작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블립을 통해서 스페이스오디티가 준비하고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 2021년에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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