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코로나에도 국민 일자리·소득 보전 정책 소극적
공공병상 확보 없이 거리두기 격상으로 피해 전가
3차 재난지원금 규모·방식 미흡···개혁입법도 지지부진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코로나19라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사태 속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에서 후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서, 3차 재난지원금에서, 공공병상의 부족 사태에서, 입법 과정에서 정부 여당의 소극성과 안일함이 확인된다.

우선 내년 예산을 보자. 정부와 여당이 추구하는 정책의 최종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 예산이다. 돈을 어디에 얼마큼 쓸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예산에는 국민의 삶이 달려있고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이 담겨있다.

하루 500명~600명대 확진자가 연일 나오면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높였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영업이 제한되고 여기서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소득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게 됐다. 올해 내내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특고와 프리랜서, 중소기업 및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대폭 줄었다. 실제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2만1000명 줄었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숙박·음식점업(-22만7000명), 도·소매업(-18만8000명), 교육서비스업(-10만3000명) 등에서 취업자 감소 폭이 컸다. 제조업(-9만8000명) 감소세도 이어졌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2021년 예산안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45만명 지원이 가능한 1조1844억원이 담겼다. 이는 올해 4차례 추경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안 2조1632억원(137만명 대상)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회를 독식하고 174석을 가진 국회 의결을 거친 최종안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년 사회보험사각지대 해소 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예산도 올해 보다 줄었다. 2021년 사회보험사각지대 해소 사업 예산안은 8103억4700만원으로 올해 추경 증감분을 반영한 예산액 1조2086억1100만원보다 32.9%(3982억6400만원) 축소됐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은 소규모 사업 저임금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사회보험료(고용보험 및 국민연금) 부담분 일부를 지원해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해고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회보험료 지원은 필수적이다.

내년 1월 시행되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의 대상 조건이 과도하고 수당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 청년 실업자,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로 최대 300만원(월 50만원×6개월)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 상 구직촉진수당 지급 대상은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구직자취업촉진법)’에서 명시한 중위소득 60%, 재산 합계액 6억원보다 문턱을 높게 설정했다. 정부가 정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소득요건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재산요건 3억원 이하다. 또한 6개월 간 월 50만원의 수당 기간과 금액도 코로나19 시기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고 최소한의 삶을 살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일자리와 소득감소 대처 뿐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코로나19 대응 병상 부족에 대한 준비도 미흡했다.

지난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전국 중환자 병상과 코로나19 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을 합친 총 550개 가운데 환자가 바로 수이용할 수 있는 병상은 45개뿐이다. 수도권의 경우 남은 중환자 병상이 13개에 남았다. 대전·충남·전북·전남·경남 등 5개 시도는 사용할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이 단 한 개도 없다. 광주·충북·경북은 각 1개, 부산 3개, 강원·대구 각 5개, 제주 6개, 울산 10개의 병상이 각각 남아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코로나19가 이어지고 있는 근 1년 동안 시간이 있었음에도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 초부터 민간병원에서 중환자실 등을 징발하고, 근본적으로 공공병원을 늘려 공공병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소극적이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상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조치를 위해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인·의료업자 및 그 밖에 필요한 의료관계요원을 동원하는 것’과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하는 것’을 하거나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간병원으로부터 중환자실 동원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본격적인 공공병원 확대도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공공병상 확대를 위한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없다. 국회를 거친 본회의 수정안에서도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없었고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 15억원만 담겼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8.9%로 70% 이상인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프랑스 등은 연일 수만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병상 부분에서 얼마간 버틸 수 있었으나 한국은 500명대 확진자 수준에서도 병상 부족 문제에 부딪혔다.

코로나19가 발생한지 최악의 고비를 겪고 있지만 3차 재난지원금 수준도 미흡하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3조+α(알파)’로 설정했다. 대상은 거리두기 격상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선별적으로 이뤄진다.

3조원은 같은 선별 지급이었던 2차 재난지원금 당시 7조8000억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1차 재난지원금 재원은 14조3000억원이었다. 예산 규모가 2차 때의 절반으로 줄면서 지급 대상과 규모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자영업자·소상공인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특고, 청년, 고용취약계층, 저소득층 등은 제외될 수 있다.

특히 정부 여당의 3차 재난지원금 선별적 지급은 전국민 지급이 소상공인들의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상공인 단체(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의 목소리와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도 무시됐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1.8배에 이른다고 분석해 발표했다.

재정건전성 논리 때문이다. 정부가 빚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빚을 지게 만든다.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많다. 고용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일자리와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민이 살아나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기업이 물건을 만들어도 이를 사줄 수요가 줄어든다.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다. 정부는 국채 만기가 돌아오면 다른 국채를 발행해 상환한다. 중요한 것은 국채에 대한 이자 비용 감당 능력인데 국제적 저금리로 국채금리는 계속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09년 평균 5.17%에서 2019년 1.7%로 떨어졌다. 지난 11월 기준 1.610%로 더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2009년 평균 4.04%에서 2019년 1.53%로 떨어졌다. 지난 11월 기준은 0.965%로 더 내렸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8개 주요국가 부채비율 평균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71.3%→86.2%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41.9%→48.4%로 상승했지만 건전성 순위는 7위에서 6위로 올랐다. 28개 주요국가의 대응 자산이 있는 부채를 제거한 순부채비율 평균은 같은 기간 51.1%→65%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11.5%→18.0%로 증가했지만 건전성 순위는 5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이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여력이 있고 이는 그만큼 한국의 재정 지원이 다른 국가보다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최근 IMF는 “각국의 내년도 예산 및 정책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G20 국가에서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구제 및 지원을 급격하게 철회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 섣부른 지원 철회는 피해를 확산시키고 파산을 유발해 회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각국은 시기상조의 긴축 재정 정책 대신 의료,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한다”고 밝혔다.

개혁입법도 지지부진하다. 한국은 OECD 산재 사망 1위 국가다. 23년째 1위다. 매년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한다. 이를 막고자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여당 대표의 처리 약속에도 여당 내부의 이견으로 멈춰있다. 최대 1만4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BMW 차량 화재사건, DLF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인 집단소송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도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과거의 정책과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도 과거의 대출 위주 지원과 대기업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일부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도전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주역의 이야기는 반대의 의미도 담겨있다. 어려움에 처해도 변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과거 방식으로부터의 변화에 대한 막대한 책임과 권한이 정부와 민주당에 있다. 국민이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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