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취업지원제도 조건 과도···고용유지지원금 예산 올해 절반
IMF “섣부른 지원 철회, 피해 확산·파산 유발해 회복 위태롭게 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반등해도 내수와 일자리 회복세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내년 일자리와 내수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IMF는 섣부른 지원 철회는 피해를 확산시키고 파산을 유발해 회복을 위태롭게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역성장을 피할 수 없지만 내년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이번 11월에 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 대비 –1.1%다. 반면 내년에는 GDP가 3% 성장으로 반전한다는 전망이다. 이는 한은이 3개월 전인 지난 8월에 한 경제전망인 올해 –1.3%, 내년 2.8%보다 각각 상향된 것이다.

내년 GDP 성장에 기여하는 것은 수출이다. 내년 수출은 5.3% 늘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8월 전망치 4.8%보다 0.5%포인트 상향됐다.

반면 민간소비와 취업자수 증감은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11월 경제전망에서 내년 민간소비는 3.1%로 예상했다. 8월 전망치 3.8%보다 0.7%포인트 줄었다. 올해 민간소비 역시 8월 전망치 –3.9%에서 11월 –4.3%로 하향했다. 코로나19 확산 지속으로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은행,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은행,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취업자수 증감도 전망치가 하향됐다. 8월에는 올해 13만명 감소, 내년 20만명 증가로 예상했지만 11월 전망에서는 올해 20만명 감소, 내년 13만명 증가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것도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이다.

가계의 또 다른 부담인 가계부채도 역대 최대로 늘었다. 한국은행의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많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만 보면 3분기 말 잔액은 158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3분기 증가액은 39조5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주택 및 주식자금 수요와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내수와 일자리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년 1월 시행되는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의 대상 조건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구직자, 청년 실업자,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다. Ⅰ유형에게는 고용센터가 제공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 구직활동을 성실히 이행하면 최대 300만원(월 50만원×6개월)의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의 대상 조건이 과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취업지원제도 상 구직촉진수당 지급 대상은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구직자취업촉진법)’에서 명시한 중위소득 60%, 재산 합계액 6억원보다 문턱을 높게 설정했다. 정부가 정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소득요건은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재산요건 3억원 이하다.

27일 이조은 참여연대 선임 간사는 “정부는 시행령안에서 구직자취업촉진 법률에 제시된 최대 기준보다 과도한 기준을 제시해 구직촉진수당 지급대상을 축소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 상황에서 제도를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지급대상을 법률이 정한 최고기준보다 낮게 설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실효성 있는 구직촉진수당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자격요건의 상한선을 기준 중위소득 60%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직촉진수당을 월 평균임금 20%~25%인 약 80만원으로 높여 생활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급여가 제공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급기간도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최소 1년으로 확대하고 심사 등을 통해 6개월 이상 연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간사는 “이러한 점을 반영해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의 구직촉진수당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들의 취업요건 예외기준을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로 한정한 문제도 지적됐다.

남재욱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팀장은 “예산을 먼저 정해 놓고 대상자 범위를 만들어 소극적이었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추가 지원하는 부분이 있지만 얼마나 추가 지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며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수당액과 기간, 기준 모두 생계 보장으로서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2021년 예산안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은 45만명 지원이 가능한 1조1844억원이 담겼다. 이는 올해 4차례 추경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안 2조1632억원(137만명 대상)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내년 사회보험사각지대 해소 사업인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예산도 올해 보다 줄었다. 2021년 사회보험사각지대 해소 사업 예산안은 8103억4700만원으로 올해 추경 증감분을 반영한 예산액 1조2086억1100만원보다 32.9%(3982억6400만원) 축소됐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번역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 2일 IMF는 “각국의 내년도 예산 및 정책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G20 국가에서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구제 및 지원을 급격하게 철회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 섣부른 지원 철회는 피해를 확산시키고 파산을 유발해 회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각국은 시기상조의 긴축 재정 정책 대신 의료,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확장 부문에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고 실업자들에게 재교육 및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은 회복세를 강화하고 이를 더욱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강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 잡힌 포괄적 성장의 길은 멀고도 험난할 것이다. 지금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국가 재정을 현명하게 지출하고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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