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9일 항소심 선고···“약자에게 아량 베풀라” 당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명품 밀수 등 기소된 3건 모두 ‘집유’

고(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故)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위험한 물건으로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형사사건 3건에서 모두 실형 선고를 면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과 상습특수상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실상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언하고 폭행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범행 자체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한 점, 순간적인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에서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갈 텐데 (피고인이) 사회적으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아량을 베푸는 태도로 나머지 삶을 살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전 이사장의 재판은 ‘상습성’이 최대 쟁점이었다. 특수상해 범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형법상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되는데, 상습으로 상해 및 특수상해 등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이 상습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전 이사장 측은 동종·유사 전과가 없고 우발적인 범행인 점, 특정인을 겨냥해 물건을 던지지 않은 점, 폭행 피해가 경미한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측 양형 의견을 배척하고, 이 전 이사장 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피해자 9명에게 모두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거나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화분과 모종삽, 철제 가위를 집어 던지는 등 2012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24차례에 걸쳐 위험한 물건 등으로 자택 경비소장을 상습폭행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다만 공소사실 중 책으로 눈을 스치듯 맞거나 구두에 맞아 멍이 든 경우, 또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등 일부 상해 혐의는 경미한 상처이기에 형법상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이사장은 기소된 3건의 사건에서 모두 실형을 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상습특수폭행 사건 외에도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백 등 개인물품을 밀수한 혐의의 재판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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