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문성환 공인회계사] 최근 인천의 아파트에서 회계감사 중에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에게 피살되는 있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간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의 쌓여있던 갈등이 회계감사로 폭발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판단된다.

인천 아파트의 참담한 사건은 입주자대표의 잔악한 악행으로 언론을 통해 크게 알려진 것이고, 회계감사를 하다 보면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의 갈등은 비일비재하게 보게 된다. 입주민의 돈을 모아 아파트관리를 위해 집행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관리비의 주인으로 행세하려는 사람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아파트 회계감사를 하면서 입주자대표가 지역유지인 마냥 선심 쓰듯이 지역행사에 관리비로 후원을 하고, 지역 내의 님비(NIMBY)집회에 세입자의 관리비까지 무단으로 쓰는 경우를 실제 보았다. 이렇게 입주자대표가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제1선에서 막는 사람이 관리소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입주자대표와 관리소장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아파트 회계감사를 폐지하자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회계감사로 아파트의 모든 부정을 밝혀내지 못하니, 아파트회계감사를 폐지하고, 지자체의 아파트지도점검을 늘리자는 것이 그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지자체의 행정역량을 감안하지 않고, 회계감사의 사회적 역할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2020년 5월 현재 전국 아파트의 숫자는 1만6922개이다. 그 많은 아파트단지를 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증가계획도 없이 아파트지도점검으로 해결하자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모순된 말이다.

또한 회계감사로 아파트의 부정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은 회계감사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감사를 더 철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하는 문제이다. 아파트의 모든 부정을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폐지하자는 것은 경찰이 도둑을 못 잡았으니, 경찰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과 같다.

역사적으로 회계감사가 제도화된 것은 19세기 중반 산업화 이후 민간회사의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서였다. 분식회계로 촉발된 경영자와 자본가의 갈등이 회계감사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역사적으로 회계감사는 완벽하지는 못하였으나, 산업사회의 구조 고도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갈등이 발생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아파트에는 회계감사가 꼭 필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 전국 아파트 관리소장님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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