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관련 인프라에 2조 달러 투자
주요 건설사들 최근 신사업 확대 움직임···성장 기회 될 수도
석유·석탄·가스 등 전통에너지 축소로 플랜트 시장 위축 우려
“미국·이란 관계 개선 가능성···중동 리스크 해소 기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미국 대선 개표작업이 막바지에 들어선 가운데 결과가 조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될 경우 미국의 정책 방향은 그가 강조한 ‘친환경·신재생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친환경 관련 신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로 인한 전통에너지 감소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소, 정유·화학공장 등 플랜트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정책 강화···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바이든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4년간 2조 달러 규모의 역대급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다. 특히 인프라 투자 방향은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에 방점을 뒀다. 50만 개의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풍력·태양광 등을 이용한 청정에너지 비율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2050년까지 100% 청정에너지 경제 구축(탄소 순 배출량 ‘0’ 달성) ▲2035년까지 2조 달러를 투자해 저탄소·친환경 사회 구축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2025년까지 탄소세 법안 도입 등의 세부 추진 계획도 제시됐다.

또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을 달성하겠다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공약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0(중립)이 되는 것으로,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를 없애겠다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 70여개 국가가 넷제로를 선언했다. 미국이 넷제로에 동참할 경우 넷제로 선언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GS·SK·현대 등 친환경 관련 신사업 활발···“성장 기회될 수도”

건설업계에선 미국의 친환경 정책 기조가 국내 건설사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이 친환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관련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주요 건설사들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추세다. SK건설은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을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지난달 1조원 규모 종합환경플랫폼 업체 ‘EMC홀딩스’를 인수해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블룸SK퓨얼셀 구미 제조공장을 준공하며 세계 최고 성능의 친환경 연료전지를 국내에서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탈 석탄화’를 선언했다. 친환경 경영을 위해 석탄과 관련한 사업에서 모두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대신 주력사업인 LNG 복합 화력 및 저장 시설, 신재생 에너지(풍력·태양광)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건설 역시 최근 발표한 ‘2025 비전’을 통해 수소연료발전·해상풍력·조력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와 스마트팜·바이오가스·오염토정화 등 친환경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GS건설도 해외 수 처리, 태양광 개발사업, 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분야 신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우리 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그린뉴딜’을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선언하고 친환경에너지 산업 투자·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환경·신재생에너지 분야에 7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도 내년 그린뉴딜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두배 늘린 2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린뉴딜 사업에는 스마트 그린도시, 스마트 그린산단, 공공시설 에너지제로화 등 인프라 투자를 기반으로 한 투자가 많은 편이다.

◇전통에너지 감소로 플랜트 위축 우려···“미국·이란 관계 개선, 기존 수주엔 긍정적”

건설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친환경 정책 기조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로 기존 전통에너지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주로 석유나 가스를 원료로 하는 화학 프랜트와 석탄을 연료로 하는 화력 발전소에 집중돼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확대로 인해 석유·석탄·가스 등 전통적인 화석연료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전통에너지의 감소여파는 플랜트·발전소 인프라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수주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란이 비밀리에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와 이란이 2015년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했다. 또 이란에 대해 압박 정책을 추진하면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유지해 왔다. 이후 중동 지역 정세도 불안해졌고, 산유국들의 주요 건설 프로젝트도 상당수 연기·지연된 바 있다. 경제제재를 받은 이란 정부의 재정 악화 여파로 국내 건설사들이 2017~2018년 수주한 조 단위 규모 공사 계약이 파기되는 일도 있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이란과 외교적 협상을 선호한다는 평가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내면서 이란 핵합의 체결을 지원한 바 있다. 이란 핵합의 복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두 나라의 관계는 지금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동 전역의 인프라 시장도 지금보다 더 활기를 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향후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에 따라 그동안 막혀 있던 이란 수주시장이 열릴 수 있다”며 “바이든이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 감소에 동의하는 등 트럼프보다 유연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지금보다 중동지역의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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