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美 ITC 최종판결···주말동안 SK이노와 극적인 반전합의 기대되기도
30일 LG배터리 분사 여부 판가름 임시주총 실시···‘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다음주는 LG 배터리사업의 중대한 기로가 될 전망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소송전의 분수령이 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이 오는 26일(현지시간) 내려지고, 30일에는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여부가 판가름되는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현재로서는 두 사안 모두 LG화학에 다소 유리한 형국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ITC는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는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SK 측의 소명에 따라 재심의가 이뤄졌지만, 전례 상 앞선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유력시 된다. 재심의 과정에서 추가논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경우 판단연기가 가능하다. 이 경우 두 회사 소송전도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전진기지 조지아주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믿을 구석이 있어 보인다”는 평을 내놓는다. SK이노베이션 측도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배터리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쳐 온 만큼, ITC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LG화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평도 나온다.

판결 직전 드라마틱한 반전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지난 21일 SK이노베이션 지동섭 배터리사업부 대표는 인터배터리 현장을 찾아, SK이노베이션 부스 인근의 LG화학 전시관을 찾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LG 측과의 지속적인 대화의지와 노력이 수반되고 있음을 피력했다.

ITC의 최종판결보다 더 관심을 모았던 것이 두 회사의 합의였다. LG화학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합리적인 수준의 배상이 이뤄진다면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내비쳤다. 실제 LG와 SK 모두 대화채널을 열어뒀으나, 입장차이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주말과 ITC 최종판결이 내려지기 직전인 월요일까지가 1차 데드라인이다.

SK와의 갈등이 대외적이라면, 물적분할을 둘러싼 주주설득은 대내적 과제다.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안을 발표했을 당시, LG화학 소액주주들은 크게 반발했다. 배터리 사업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물적분할이 될 경우 기존 주주들은 신설 배터리사업부 법인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LG화학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확보한다는 전제아래,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만 하다는 평가를 냈으나 관건은 기존 주주들 동의다.

현재 LG화학은 그룹 지주사 ㈜LG가 33.3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며, 국민연금은 10.51%를 보유한 2대주주다. 사실 상 캐스팅보트다. 국민연금이 만약 이번 분사가 주주권리 침해를 야기 시킬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내게 될 경우 소액주주들은 물론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며,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등 책임투자요소를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회사분할 및 분할합병과 관련해서는 사안별로 검토하되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하지만,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할 경우 반대·기권이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오는 2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이번 분사안의 의결권 최종판단을 위한 논의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심리가 거세지만 주요 기관들에서 속속 찬성의견을 내고 있어, 시장에서도 국민연금 역시 찬성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LG의 배터리사업은 그룹 차원의 차세대 먹거리로 분류될 정도로 핵심 사업군으로 발돋움 한 상태”라면서 “ITC의 최종판결과 분사여부를 의결하는 임시주총에서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회사 내부의 상당한 반향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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