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 수천억대 자본 확대 나서
올해 4대 시중은행 자본 확대 규모 3조원 돌파
“코로나19 다시 확산 우려 높아 미리 자본 마련 중”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권 ATM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권 ATM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시중은행들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졌고 가계대출은 각종 규제로 증가세가 꺾여 은행에 여유가 생겼지만, 은행들은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올해 초처럼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대규모 대출 수요가 또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민·신한은행 하반기 자본 확충 나선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도 시중은행들은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이 급격하게 확대된 데 따른 자본비율 관리가 목적이었다. 이번에도 차후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무건전성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국내외 시장을 대상으로 후순위채권 발행을 추진한다. 이번에 발행하게 될 후순위채는 10년 만기로 3000억원 규모가 될 예정이다. 이번 후순위채는 29일 수요예측을 통해 다음달 9일 발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85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찍어낸 바 있다. 하반기 들어 8월에도 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국민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BIS총자본비율을 끌어 올려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일반 회사채와 달리 재무재표에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금융사는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때 주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국내 은행의 BIS총자본비율 추이. / 이미지=시사저널e,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민은행의 BIS총자본비율은 14.39%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고 국내은행 평균(14.53%)보다 낮았다. 이 비율이 금감원 규제비율(10.5%)보다는 상회하지만 국민은행은 코로나19가 막 확산하던 지난 3월 BIS총자본비율(15.01%)까지 이 수치를 올릴 계획이다. 

국민은행이 하반기에도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발행규모는 3000억원이다. 27일 수요예측을 거쳐 11월5일 발행할 예정이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신한은행도 이번 발행 목적을 자본 확충을 통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윌에도 2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3월 3500억원, 8월 34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우리은행도 3000억원 규모로 3월과 6월 두 차례 발행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발행될 4대 시중은행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총 3조6300억원으로 지난 한 해 발행한 규모인 2조2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잠잠해져 은행 자본 마련 시간 벌었다”

은행업계는 최근 대출 증가세가 꺾여 자본을 확충해 재무건전성을 높일 기회라고 보고 있다. 대출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으로 평가돼 대출이 빠르게 늘 경우 자본을 확충해도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함께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 대출 증가세가 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은 9월 한 달 동안 9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달 증가 규모(11조8000억원)와 비교해 2조원 이상 감소했다. 신용대출 증가폭도 줄어들었다. 국내은행의 9월 기타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3조8000억원 증가, 전월(8조원 증가)보다 4조2000억원 축소됐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신용대출의 한도와 금리를 조정하며 대출 관리에 나선 영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져 은행이 자본을 마련할 여유가 생겨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 자본을 모아두지 않으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규제선까지 계속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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