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어떻게 쓰이는지 현재는 알 수 없어
일반 입주민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 회계장부 열람권 줘야

 

회계사로서 아파트 회계감사를 하다 보면 간간이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는 아파트에 회계감사를 나가게 된다.

입주자대표회의 임원과 입주민의 반목, 충분한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 규정을 벗어난 관리사무소의 운영 등으로 주민들 간에 고소, 고발 여러 건이 걸려있는 아파트가 그런 곳이다.

이러한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파트 운영을 담당하는 입주민(입주자대표회의 임원)과 일반 입주민 간 정보의 차이라고 판단된다.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이라는 심리학 이론이 있다. 조하리의 창은 미국의 심리학자 조셉 루프트와 해리 잉햄이 제시한 이론으로 나도 알고 남도 아는 영역인 ’열린 창(Open Area)‘ 안에서만 이상적인 소통이 된다는 이론이다.

아파트 관리비 분쟁의 종식을 위해서는 아파트 관리행정의 ‘열린 창’이 넓어져야 한다. 아파트 관리행정에는 기업기밀과 같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 없다. 따라서 아파트 관리행정의 ‘열린 창’이 넓어졌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도 없다.

아파트 관리행정의 ‘열린 창’을 넓히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해서 일반 입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아파트의 일반 입주민은 관리비 부과내역서를 통해 관리비가 어떤 이유로 부과된다는 것은 알 수 있으나, 회계장부를 볼 수가 없어 관리비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파트 관리비 분쟁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의 실패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입주민의 회계장부 열람권 등 아파트 관리행정에 직접민주주의(direct democracy) 요소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는 Xerp라는 웹 기반의 전자회계장부를 사용한다. 따라서 단순히 열람을 위한 아이디를 열어 놓는다면, 관리사무소 직원의 수고 없이 일반 아파트 입주민도 회계장부를 볼 수 있다.

물론 회계장부를 보고 난 뒤 일반 아파트 입주민의 회계장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한 관리사무소의 민원은 증가하겠지만, 이는 아파트 관리비 분쟁의 종식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다.

정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아파트 운영을 담당하는 입주민이 관리비를 자기 이익의 수단으로 여기는 일은 없다. 따라서 일반 입주민의 ‘열린 창’이 넓어진다면 아파트 관리비 분쟁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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