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코로나 위기서 재정 역할 제한하는 준칙 도입 신중해야”
기재부, 유연한 재정준칙 도입 필요 의견
EU 코로나 위기로 재정준칙 중단

지난 23일 오전 광화문네거리를 지나는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오전 광화문네거리를 지나는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부 역할을 제한하고 국가부채 급증을 막는 재정준칙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

29일 정치권과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정은 이날 오전 재정준칙 도입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의견을 나눴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이날 기재부의 재정준칙 방안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기재부 장관은 9월 내에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재정준칙은 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수입 등의 지표를 일정한 수치 안에서 지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재정준칙을 도입하자는 기재부와 달리 여당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국민과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제한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여당 기재위원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위기 대응을 위한 예산과 재정운영이 제한된다”며 “재정준칙을 도입한 유럽도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당과 기재부 사이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당 기재위원 관계자도 “기재부와 여당 간에 합의가 쉽지 않다. 재정준칙이 도입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복지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재정준칙인 안정·성장협약(SGP)을 도입하고 정부부채를 GDP 대비 60% 이내로 유지하고 재정적자를 3% 이하로 관리할 것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맞아 지난 3월 EU집행위원회는 재정준칙 준수 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기재부는 국가 채무 급증을 막고 재정준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기재부는 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 적용 예외 등 유연성을 갖추자는 입장이다.

여당과 기재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재정준칙 도입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기재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여당과 정부간 의견이 쉽게 합치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류성걸 기재위 간사는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정준칙을 느슨하게 고무줄마냥 설정한다면 지켜도 그만이고 안 지켜도 그만인 지침이 될 뿐”이라며 “국가 재정건전성 유지에 빈틈없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세워질 수 있도록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금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4건의 재정준칙 도입 법안이 있다. 이 법안들은 국가 채무비율을 45% 이내로 관리하고 관리재정수지를 2~3% 이하로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이후 국가채무비율은 43.9%다. 기재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오는 2024년 58.3%다.

자료=기재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자료=기재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이를 국제 비교해 봤을 때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국제 비교가 가능한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기준으로 OECD 36개국 가운데 한국의 건전성 순위는 2019년 19위에서 2021년 2위로 오른다. 코로나19가 두차례 확산(Double-hit 시나리오)한다는 가정에서다.

지난해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0.6%이며 OECD 평균은 –3.3%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올해 3차 추경까지 고려한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3.9%, OECD 평균은 –12.7%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6%이며 OECD 평균은 –9.2%다.

자료=나라살림연구소,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나라살림연구소,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코로나19 발생 이후 내년까지 한국의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은 OECD 최하위권이다. OECD가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말에서 2021년까지 한국의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은 코로나19가 한 차례 확산에 그친다는 기준으로 4.93%포인트 오른다. 이 기간 OECD 평균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은 18.6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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