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는 비싼데 품질은 기대 이하

<br>

“5G는 사기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지만 5세대(5G) 상용화 1년 반이 된 지금, 소비자들이 내린 냉정한 평가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불안정한 5G 품질과 LTE 대비 평균 2만원 더 비싼 요금제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상용화 초기 4G(LTE)의 20배에 달한다고 광고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린 것이 한몫했다. 이통3사의 꾐(?)에 넘어갔지만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를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통사들이 고객을 속여 돈 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이 같은 소비자 불만에 대해 망 구축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류정환 SK텔레콤 5GX인프라 그룹장은 지난 23일 열린 ‘5G 기술 세미나’ 기자단 사전 브리핑에서 “5G는 구축방식의 차이로 전국망 구축 때 LTE보다 장비가 2배 넘게 필요하고 이미 구축된 장비 활용이 어렵다”며 “이 때문에 LTE와 비교했을 때 전국망을 빨리 깔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류 그룹장은 “현재 LTE 속도에 도달하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20배 빠른 5G 속도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LTE에서 걸린 시간으로 반추해 봤을 때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KT나 LG유플러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상품은 비싸게 팔아놓고 당분간 기대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이통사의 태도에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5G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요금은 요금대로 비싸게 받고 고객센터는 아직 활성화가 안됐으니 LTE 우선모드로 바꾸라고 한다”, “통신사들이 지금까지 낸 요금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럴 거면 처음부터 기업 상용화를 먼저 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점에서 시작했어야지, 이통사들이 등수놀이에 눈이 멀어 허위·과장 광고한 것 아니냐”는 등 지적이 잇따른다.

이통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5G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올해 달성한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코로나19로 이동통신 데이터와 미디어 사용이 늘면서 지난 2분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음에도 망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시도별 5G 옥내 기지국 및 장치 구축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준공 신고기준으로 전체 무선국 대비 실내 무선국 수는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전체 실내 무선국 3563개 중 1629개가 서울에 집중됐다. 실내 기지국 구축이 가장 부진했던 LG유플러스의 경우 부산·대구·광주·울산·강원·전남·경북·경남 등 8개 시도에는 실내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울산과 경부, KT는 세종과 충북에 기지국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통사들이 5G 투자를 시작한 지 약 2년이 지났음에도 실내 기지국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지역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통사의 적극적인 5G 설비투자 없이 '5G=사기'라는 오명을 씻기는 어렵다. 허위·과장 광고로 오명을 낳은 장본인인 이통사가 오는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상세계획 및 투자계획을 상세히 밝히고 5G 품질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5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