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정 굿모닝보청기 대표, 회사와 별도로 사재 기부 지속

장태정 굿모닝보청기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장태정 굿모닝보청기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처음에는 경영하던 보청기 업체의 마케팅 차원에서 기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재를 쏟아 부으면서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자부한다.”  

장태정 굿모닝보청기 대표는 인터뷰 주제를 기부로 한정했지만, 업계를 모르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보청기 업계 현황 일부를 설명했다. “국내 보청기 업계는 연구개발비나 생산시설 투자, 인건비나 마케팅비용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는 업종이다. 일단 세계 6대 브랜드가 국내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 업체들 브랜드는 현실적으로 저급한 수준이라고 한다. 부품을 사다가 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해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수년전 삼성도 보청기 업계에 진입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투자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곧바로 손을 들고 나갔다.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정책이 발전한 스위스나 독일, 덴마크 등에서 보청기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지원 받아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제가 소유했던 굿모닝보청기는 지난 2007년 설립된 업체다. 이어 2011년 스타키코리아에 합병됐다. 저는 현재 지분이 없고,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일반인은 모르는 보청기 업계를 설명한 것은 업체의 매각 사유 등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수천억원 이상 자본금을 갖춰야 보청기 제조가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상 국내에서는 보청기 제조업이 몰락했다. 국내 보청기 시장은 3000억원 규모다. 이중 25~30% 점유율을 기록하는 스타키코리아가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장 대표의 기부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보청기 업체를 경영하는 특성상 그는 마케팅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사회공헌서비스 차원에서 대한노인회와 협약을 체결한 후 지난 2012년부터 현금과 보청기를 기부해왔다. 1년에 1번 정기적으로 해외기증사업을 진행했다. 사미자씨와 함께 하는 잃어버린 소리 찾기 봉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보청기 업체의 마케팅 차원에서 매출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기부를 시작했다는 게 장 대표의 솔직한 설명이다. 대한노인회 주최로 해외동포 책보내기운동본부에서 1만권 이상 책을 기부했고, 기증행사에 동참해 부대비용을 지원했다고 한다. 지난해는 서울시 관악구와 수원, 제주시 서귀포와 익산, 순천 등에도 지원했다.

“사단법인 글로벌생명은 의약품을 기부 받아 해외나 국내에 기증하는 단체다. 제 사비로 후원해왔다. 유엔봉사단은 다문화가족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기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매 주말마다 기증품을 포장하는 자원봉사자를 후원하고 있다. 유소아단체에도 노트북을 사주는 등 개인적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천사클럽과 라이온스클럽에 소속돼 현금 등을 후원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나눔회에서는 행사 진행도 하며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신체장애인협회 경기지부도 후원하고 있다. 1년에 1명씩 기업과 연결시켜 온정을 나누고 있다. 서경석 목사가 주도하는 나눔과 기쁨 단체의 경우 회사 마케팅 차원에서 협약을 맺고 후원하는 사례다.”  

장 대표가 기부하거나 후원하는 단체나 대상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가 힘들 지경이다. 그는 종교 활동은 하지 않지만,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이사를 맡아 역시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종교, 사업 연계성 등과 관계 없이 내 스스로 우러나와 자연스럽게 기부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기부 뿐만이 아니다. 영등포 대림1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도 맡고 있어 매주 토요일 조롱박에 물 주기나 방역 봉사, 구급약 보급사업도 진행한다.”

이처럼 기부를 넘어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그는 평일에는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한다. 기자와 인터뷰도 2번 연기 끝에 겨우 성사됐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장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번 영광을 안게 됐다. 다만 저는 사업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했다가 사적으로 기부를 자주 한 것에 불과하다. 요즘 들어서는 생각이 일부 바뀌는 부분도 있다. 시간과 돈, 열정을 임팩트 있게 압축해서 효율적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보청기 업체를 경영하다 뒤늦게 빠져든 기부의 매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금까지 뛰어온 인물이다. 앞으로는 효율적 기부를 하겠다는 그의 말에 신뢰가 간다. 수년 후 다시 만나 그 내용을 정리할 시간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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