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링크다인·밀리뱃 등 미국서 현지 창업···위워크 돌아다니며 영업하고 상용화 과정에서 좌절도
"미국 코로나19 락다운으로 힘들었지만 기술 스타트업에겐 비대면 시장 진출 기회"

이주환 스윗(Swit) 대표는 2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한국인2020에서 발표 중이다. / 사진=시사저널e
이주환 스윗(Swit) 대표가 2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한국인2020에서 발표 중이다. / 사진=시사저널e

미국은 이제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은 300개에 가까운 정도다. 실리콘밸리 출신 기업들은 미국 상장기업 주가 10위권 안에 7개 이상 분포한다.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넘어가 창업에 도전한 국내 창업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VR), 로봇, 소프트웨어 협업툴,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

이주환 스윗(Swit) 대표는 24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실리콘밸리의한국인2020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는 기술친화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스윗은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협업툴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이다. 스윗을 이용하는 기업 수는 비공개지만, 미국 현지 수만개 기업들이 사용 중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이용률 40%가 급증했다.

이 대표는 “본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데 주위에 모두 협업툴을 쓰는 본사 기업들이 있었다. 길에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 물어봐도 소프트웨어 협업툴을 아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용해 일하고 있었다”라며 “또한 인적네트워크와 인프라가 많아 사업을 할 때 검증 과정을 줄일 수 있다”라고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의 장점을 말했다.

스윗의 라이벌은 글로벌 기업용 메신저 ‘슬랙’, 일정 관리 툴 ‘아사나’ 등이 있다. 스윗은 메신저와 게시판, 일정 관리 툴을 한번에 통합시키는 전략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공략했다.

이 대표는 “슬랙과, 아사나, 트렐로 같은 기존 1세대 협업툴은 데이터 구조가 달라서 통합 툴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생산도구를 많이 쓰는 것이 생산성을 키우는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윗을 개발했다”면서 “출시 후 1~2년 동안 공유오피스 위워크를 돌아다니며 스윗 사용자들을 직접 테스트하러 돌아다녔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낮은 세금, 7700개 이상 IT기업들이 모인 곳이다. 실리콘밸리를 제외하고 스타트업하기 가장 좋은 미국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테슬라, 아마존, 삼성전자들이 텍사스 오스틴에 공장을 세울 예정이거나 이미 세웠다. 힘제어 기반 로봇 팔을 개발 중인 링크다인은 텍사스 지역에서 창업했다.

김봉수 링크다인(LinkDyn) 대표는 “미국에 첫 힘제어 로봇을 상용화하려던 때 두 가지 실수를 했다. 기술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결정해 우리가 만든 상체외골격로봇이 실제 재활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두 번째는 잠재고객과 실제 구매자의 간격을 간과했다. 환자와 치료사에만 집중했지 병원 경영자 등 로봇 구매고객들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이런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 협동 로봇을 개발 중이다. 미국과학재단의 SBIR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았다”라며 “산업용 로봇 팔은 지금까지 500만대가 팔렸다. 물류 자동화, 서구 사회 노동인력 부족, 투자 수익률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 근육과 같은 힘을 내는 로봇들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봉수 링크다인(LinkDyn) 대표와 허인영 밀리뱃(Millibatt)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왼쪽부터 김봉수 링크다인(LinkDyn) 대표와 허인영 밀리뱃(Millibatt) 대표. / 사진=시사저널e

◇ 코로나19 심각한 미국···“기술 스타트업에겐 비대면도 기회”

한편, 미국은 코로나19 타격이 크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696만명이고 사망자는 20만명에 이른다.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 창업가들은 비대면 산업 동향이 기술 스타트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해서 100% 비대면으로 업무가 이뤄진다. B2B 협업툴이다보니 제품을 직접 보여드리는 필드 영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내부 영업이나 온라인 계정 확장 관리 등 온라인 중심 영업으로 바꿨다”라며 “장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로 타깃이 넓어진 것, 단점은 필드 영업과 규모가 큰 기업들의 기술검증(PoC) 영업을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회사보다는 스윗 사용자들이 코로나19 이후 사용량이 늘었다. 실제로 업무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접속 시간이 하루에 12시간도 넘는 사용자도 있었다”며 “코로나19 비대면 근무로 스윗 사용량이 늘었으니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헤비 유저를 상대로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 등을 고려 중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텍사스 오스틴 지역도 4월부터 락다운이 시작됐다. 로봇 스타트업이다보니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생산성이 떨어졌다. 5월부터는 출근 중”이라며 “싱가포르 회사와 10개월 동안 협상하며 로봇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싱가포르 회사 영업이 타격을 받다보니 계약이 미뤄지기도 했다. 결국 9월에 완료했다. 이밖에도 기관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온라인 상 미팅은 한계가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로봇 시장으로만 보면 비대면 전환은 긍정적이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이 바뀌면서 비대면 유통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 패턴도 바뀌면서 이커머스에 활용될 로봇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영 밀리뱃(Millibatt) 대표도 “장비를 산 다음날 락다운이 됐다. 2주 지나니 배달이 됐는데 마스크쓰고 겨우 받았다. 스타트업 팀원들이 모두 공장 클린룸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마스크 쓰고 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면서 “하드웨어는 워낙 아시아지역이 강하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하드웨어들이 보완되거나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스마트 빌딩 안에서 열 모니터링하거나 물류를 트래킹하는 하드웨어들 속 얇은 센서들의 개발 시기가 더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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