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개 업체 상주, 120여건 공사 진행
코로나19에 일찌감치 셧다운, 공사 재개 빨라
지난달 수주액, 사우디아라비아 뛰어 넘어
항공노선 재개 등 국내 기업 위해 규제 완화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베트남이 국내 건설사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올랐다. 올 한 해 베트남에서만 4억90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대비 40% 이상 오른 것이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수주 텃밭인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베트남은 코로나19에 ‘셧다운’(공사 일시 중단)을 비교적 일찍 시행해 최근 들어 공사현장이 재개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정부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항공 노선을 재개하고 양국 필수 인력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70여개 업체고, 공사는 약 120건을 수행 중이다. 베트남에선 다른 국가와 비교해 셧다운을 비교적 일찍 진행해 공사 현장이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지난달 베트남에서 2억1681만달러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이는 필리핀(3억4320만달러)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아울러 중동에서 최고 수주액을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1억4390만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번 달 들어서는 1일부터 24일까지 3942만달러를 기록하며 아시아에서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과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예고해 사업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응우옌부뚱 주한 베트남대사는 전날(23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한회 회관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항공 노선을 재개하고 양국 필수 인력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시킬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일부터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시범적으로 운항될 예정이다. 또 한국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이 베트남에 14일 이상 체류할 경우 격리 기간을 2주에서 6일로 단축했다. 앞서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4월 1일부터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베트남 정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최근 베트남 내에서 코로나19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서다. 베트남 내 확진자 수는 총 1068명(사망자 35명)으로, 이달 들어 추가 확진자 수는 16명에 불과하다. 평균 0.6명꼴이다. 베트남 정부는 재확산이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자 봉쇄령을 완화하고, 일부 관광지도 개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5월 베트남 하노이에 6성급 호텔을 짓는 'SND 스타레이크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롯데몰 하노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SND 스타레이크 프로젝트 조감도 / 사진=롯데건설

업계에선 지금도 국내 건설사들이 베트남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진행되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솔루션 따르면 현재 베트남 건설시장은 GS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GS건설은 그동안 베트남 남서부 메콩강 인근 밤콩대교, 호찌빈 외곽순환도로(TBO도로), 하노이∼하이퐁 간 고속도로 공사 등을 수행했다. 현재 호찌민의 메트로 1호선 2공구를 지난 2012년 수주해 공사 중이다. 이외에도 신도시 개발 경험을 토대로 한 초대형 냐베 신도시 개발은 물론 호치민시 핵심 개발 지역인 투티엠 및 9군 지역에도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최초의 한국형 신도시 수출 사업인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는 지난 1996년 대우건설이 베트남 정부에 신도시 조성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최초의 한국형 신도시 수출 사업이다. 또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베트남 국영건설사 CC1과 포괄적 사업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프라, 부동산, 석유·가스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베트남 건설공사와 공동 참여를 통해 신규 수주와 사업 진출을 모색할 예정이다. 포스코건설 역시 2018년 사업비 812억 원 규모의 ‘베트남 롱손 석유화학단지 부지조성 공사’를 수주하는 등 현지 산업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올해 5월 3500억원 규모 SND 스타레이크 프로젝트(SND STARLAKE PROJECT) 신축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서호 인근 스타레이크 신도시 부지에 6성급 40층 호텔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5월에는 6500억원 규모 베트남 부동산 업체 노바랜드가 호찌민 중심가에 개발하는 ‘더 그랜드 맨해튼’ 프로젝트에 대한 시공 계약을 체결했고 하노이 FLC 프리미어 파크 사업, 호찌민 라 프리미어 사업 등 다양한 주택 개발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베트남 건설업 시장규모 및 GDP 기여도 / 자료=베트남 통계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는 지난 7월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 입주가 가능한 ‘한국-베트남 경제협력 산업단지 조성산업’ 개발계획을 베트남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하노이 남동 측 약 30km 거리에 있는 흥옌성 산업도시에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경제협력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산업이다. LH는 코리아데스크를 마련해 산업단지 입주 시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복잡한 현지 인허가 및 입주 관련 행정 처리를 돕고 금융사를 활용한 자금조달 및 컨설팅 서비스도 구현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2016년에 수립된 제10차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2016~2020년 5개년간 주요 도시 인프라 시스템 건설 등을 골자로 한 건설 환경 개선·확충에 집중해 왔다. 특히 베트남의 건설업은 인프라, 대형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등으로 인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베트남의 건설업 분야는 전년 대비 약 9~9.2% 상승했으며, 2015~2018년 연평균 12.4% 성장에 이어 2019년 연평균 10.9%의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2019년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39.2%로서 전년대비 0.8% 상승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EU-베트남 자유무역협정(EVFTA)로 인해 하반기 많은 외국기업이 베트남에 생산시설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용 부동산과 더불어 공단 내 주거지역의 인프라 개발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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